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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언급하지 않는 애플의 경쟁력 원천은
애플의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2023 시연설명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인공지능(AI)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IT관련 회사들이 억지로라도 자사 제품과 AI를 엮으려고 하는 요즘 트렌드와 전혀 다르다. 왜 그랬을까?
컴퓨터는 이론적으로 앨런 튜링에 의해서 완성됐고, 오늘날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분리형 컴퓨터' 개념은 폰 노이만에 의해 설계됐다. 그리고 허버트 사이먼, 앨런 뉴엘, 존 매카시, 마빈 민스키, 클로드 섀넌 등에 의해서 인공지능 분야가 탄생됐다.
이들 가운데 허버트 사이먼은 시카고대학에서 수학과 심리학박사를 받고, 카네기텍(오늘날 컴퓨터 관련 분야의 세계 탑인 카네기-멜런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분야를 설립한다. 그는 훗날 심리학을 노동생산성 분야에 적용한 연구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한다. 한편 그는 동료 앨런 뉴엘과 함께 '인지심리학'을 기반으로 컴퓨터와 사람들 사이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분야를 개척한다. 이것이 바로 휴먼 컴퓨터 인터랙션(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이다.
HCI의 연구동기 중 하나는 고성능 전투기가 기체 이상이 없음에도 자꾸 추락하는 사고의 원인을 추적하던 미국 정부가 전투기 조정간 및 계기판 체계가 조종사들의 실수를 유발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이에 대한 해결을 당시 컴퓨터 공학자들에게 요청한 것이다.
컴퓨터-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목적
HCI를 일반적인 수준에서 쉽게 이해하기 위한 도식은 유용성(Usefulness) → 사용성(Usability) → 감성(Affect) 3단계다. '유용성'은 어떤 인공물이 자신의 존재이유에 타당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가에 대한 개념이다. '사용성'은 이미 유용성을 만족시킨 인공물이 사용자가 특별한 노력과 교육 없이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개념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사람의 인지를 탐구하는 심리적인 연구와 컴퓨터 인터페이스에 대한 동시 연구가 필요하다. 이렇게 유용성과 사용성을 모두 만족시킨다면 그 다음에 '감성'을 주는 외적인 매력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전세계 모든 회사들 가운데 HCI를 가장 탁월하게 수행하는 회사, 아니 HCI 그 자체가 회사의 지향점인 회사가 바로 시총 세계 1위인 '애플'이다.
'알테어'라는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보고 지금의 개인용 컴퓨터 개념을 명확히 디자인한 '애플-II'를 통해 이 시장을 최초로 만들어낸 회사가 애플이다.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에서 세계 최초의 GUI 운영체제가 출시된 것을 보고, 리사(Lisa)와 매킨토시(Macintosh)를 출시해 GUI 운영체제 기반 컴퓨터 시장을 만들어낸 회사가 애플이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개발한 MP3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새한의 엠피맨, 레인컴의 아이리버가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할 때 획기적 인터페이스의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출시해 음악시장을 장악해 버린 회사가 애플이다.
팜 파일럿, 윈도우CE, 블랙베리 등의 모바일용 운영체제 기반으로 소수의 전문가용 시장에 머물던 스마트폰을 혁명적으로 바꾼 회사가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이다. 윈도우XP 태블릿 버전으로 실패한 태블릿 시장을 아이패드로 되살려된 회사가 애플이다.
그런 애플이 이번 WWDC2023 발표 시간 대부분을 할애해 소개한 제품이 '비전 프로'다. 언뜻 보면 MS의 '홀로렌즈'나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 유사품같지만, 개념적으로는 매우 다르다. 2차원 평면 모니터에 머물던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드디어 3차원으로까지 확장됐다.
물론 그동안 애플이 출시한 제품들 가운데 실패한 것들도 여러개 있다. 비전 프로도 그렇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출시되었던 수많은 유사품들과는 개념 측면에서 매우 다른 혁명적인 발상의 제품임은 틀림없다.
애플이 비전 프로를 앞세운 이유 주목해야
애플은 세계 최고의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오로지 혼자 힘으로 다 만들 수 있고, 심지어 하드웨어의 핵심인 CPU, GPU, AI용 뉴럴엔진 칩까지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수많은 스타트업을 지금도 끊임없이 인수하고 있으며 해당 인력들도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회사 가운데 하나가 애플이다. 지금 시점에서 '비전 프로'라는 제품에 주목할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