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원이 주인인 '분권형 정당'으로 거듭나야
민주주의는 명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실익을 위한 제도다. 민주주의가 잘 실현되는 나라일수록 국민소득과 행복지수가 높다는 연구도 있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언론·출판·집회의 자유 등이 잘 보장되면 민주주의가 잘 발달되어 있는 것일까?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것은 분권화가 잘 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여전히 제자리걸음하는 정당의 분권
분권화란 무엇인가. 첫째, 주권자와 정치인 간의 권한 나눔을 말한다. 주권자는 정치인에게 모든 결정권을 위임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다음 선거 때까지 그저 정당과 정치인의 팬으로만 남아 있다. 말은 요란하게 참여하라고 하지만 정작 참여할 곳이 없다. 선거권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주권자가 크고 작은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정부 및 정당 등 여러 기관 간의 권한 나눔이다. 기능이 제대로 나눠져야 하고 그 기능에 맞는 적절한 사무를 수행하는 수평적 분권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중앙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정부)로 이어지는 수직적 기능 분할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주권자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내 삶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제도 혁신을 위해 지금까지 '자치분권'을 주장해왔다. 혹자는 어느 정도 분권화가 이뤄졌다며 성과를 말하지만, 정당의 분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정부를 향해서 분권을 요구하지만 정작 정당 내부는 그 어느 기관보다 중앙집권적이다. 명망가 정당, 간부 정당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정당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그 까닭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분권특위를 만들어 정부를 향해 분권을 요구하는 정당의 행태를 보면 실로 한숨만 나온다.
정당은 '국가와 나 사이'의 수많은 공동체와 지역 및 개인의 의견이 정부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신경망으로, 여러 견해들이 공론화되고 제도화되는 중요한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정당의 핵심 기능이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발현하는 '공론화(당론화)' 과정에 있다면 그 운영 또한 정부와 달리 상향식(바텀업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혁신의 기본 방향은 '분권형 정당'
최근 민주당이 당 혁신위원회를 만든다고 한다. 우리 국민이 정당에 가입하는 이유나 탈당하는 이유를 보면 이미 혁신의 방향은 명백하다.
지난 2008년에 실시된 한 연구결과를 보면, 당원들은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나 당내 결정을 주도하는 중앙당의 기득권 세력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고착화된 구조가 정당 활동의 불만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이미 온 국민이 알고 있고 정당들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선거철 다가오니 또 혁신을 외치냐'는 눈속임으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분권형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으로 현대적 정당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곳곳에 박혀 있는 기득권을 제거하고 당원이 지역에서 당론을 만들 수 있도록 혁신적 분권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당원들을 더 이상 '특정인을 선출해주기 위한 도구'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당원 한사람 한사람이 정당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