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대출 승인율 급감, 저신용자 '막막'
작년 13.5%→올해 5.1%, 신용대출 1년새 79.2%↓
저신용자 자금조달 사실상 막혀, 불법사금융 이용
올해 들어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이 5.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이 신청하면 5명 정도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들마저 사실상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대부업체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천문학적 고금리의 불법사금융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6일 서민금융연구원이 NICE신용평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대부업권 대출 조회건수 123만3094건 중 실행건수는 6만2928건으로 승인율이 5.1%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2021년 같은 기간 각각 13.5%, 12.2%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출 문턱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올해 1~5월까지 신용대출 실행건수는 5만9138건으로 전년 동기(19만8402건) 대비 70.1% 감소했고, 대출금액은 1조9119억원에서 3970억원으로 79.2% 가량 줄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업체들이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며 "조달금리가 9~10%로 높아졌지만 법정 최고금리 한도는 20%로 막혀있어서 대출을 하면 할수록 손실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용대출 대신 비중을 늘렸던 담보대출도 급감했다. 담보대출 실행건수는 올해 1~5월 3790건으로 전년 동기(1만1462건) 대비 66.9% 줄었다. 대출금액은 663억원으로 전년 동기(5216억원) 대비 87.2% 감소했다. 후순위 담보권자인 대부업체들은 주택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담보대출이라도 회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성실 상환을 해온 기존 고객들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신용점수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대부업체의 600점 이하 차주수는 47만7391명으로 2021년말 54만7050명과 비교하면 6만9659명 감소했다. 2020년말 63만7722명에서 2년 만에 15만명 가량 줄었다. 대출잔액 기준으로 보면 2020년말 5조4797억원에서 2021년말 4조9880억원, 지난해말 4조7597억원으로 감소했다.
대부업체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정책금융 또는 불법사금융 이외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해 저신용자(신용 6~10등급) 중 대부업과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547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그룹인 8~10등급 응답자의 11%는 '높은 이자는 중요하지 않으며 비등록 사금융을 통해서라도 빌리겠다'고 답했다. 6~7등급 응답비율(9.1%)보다 더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