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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지형이 변하고 있다

2023-07-07 12:08:43 게재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전국 단위 선거는 여섯번 있었다. 처음 세번은 민주당이, 나중 세번은 보수정당이 연달아 승리했다. 내년 총선은 세번의 승리와 세번의 패배를 각각 경험한 양대 진영이 한판승부를 겨루는 결전이다.

무엇이 승부를 결정하나? 하나, 하나의 선거를 놓고 보면 선거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나, 어떤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나, 출마한 후보의 인물경쟁력은 충분한가 등 요인이 승부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부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은 유권자 지형의 변화다. 보수와 진보의 상대적 비율과 같은 유권자 성향의 분포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각 진영에 속한 유권자의 결집력과 중간지대 유권자에 대한 확장성도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요소다.

한국갤럽은 2016년부터 주관적 정치이념을 정기적으로 조사했다. 우리나라 유권자의 주관적 이념성향과 지난 5년의 선거 결과를 비교하면 보수와 진보 지형의 변화가 전국 단위 선거의 승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 초 보수 비율은 31%, 진보 비율은 25%로 보수 비율이 6%p 더 높았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2018년 초 유권자 지형은 보수 26%, 진보 33%로 변했다. 보수 비율은 5%p 줄고 진보 비율은 8%p 늘어난 것이다. 그 해 지방선거 승부는 여기서 정해졌다. 2022년 대선도 유권자 지형의 변화가 영향을 주었다. 수년간 20%대를 유지하던 보수 유권자 비율이 2022년 3월에 30%까지 오른 반면 진보 유권자 비율은 25%로 내려갔다. 유권자 지형 변화가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이어진 것이다.

보수층 결집 강해지고 진보층 약해져

총선 승부는 어떻게 될까? 현재 시점에서 예측은 쉽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도 엇갈린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정권견제론'이 '정부지원론'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응답자가 선택한 '투표할 정당'에서는 여야간에 오차범위내로 근접해 있다. 서로 상반되는 결과는 어떤 연유인가? '정권견제론'에 대한 응답이 높은 것은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크게 반영된 것이다. 반면 '투표할 정당'의 선택은 대체로 정당지지도에 대한 응답 패턴과 유사하게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한국갤럽의 5월 4주 조사에서 보수 유권자 비율은 31%, 진보 유권자 비율은 25%이다. 보수 비율이 진보 비율보다 6%p 높다.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이 훨씬 높지만 보수 대 진보의 유권자 지형 자체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유권자 지형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지표는 진영 내 지지층의 결속력이다. 결속력은 같은 진영의 유권자 중에서 '우리' 정당에 호감을 가지는 비율이다. 5%p 내의 차이로 승부가 정해지는 수도권에서 결속력은 투표율에 영향을 주고 결국 승부를 좌우한다.

정치성향과 정당호감도를 비교하면 진보 유권자가 민주당에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2020년 6월 조사에서 77%였고 금년 5월 조사에서는 55%다. 진보의 결속력은 지난 3년 동안 22%p 감소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결속력이 약해진 것이다. 보수 유권자가 보수정당에 '호감이 간다'는 비율은 2020년 6월 조사에서 42%, 금년 5월에는 60%다. 보수 결속력은 3년 사이 18%p 증가했다. 대선 승부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구심력은 줄어든 반면 국민의힘 구심력은 늘어난 셈이다.

중도 확장성에서 여야간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2020년 6월 조사에서 중도 유권자의 민주당 호감도는 48%였지만 금년 5월에는 32%로 3년 사이 16%p 하락했다. 반면 중도 유권자의 보수정당 호감도는 같은 기간 14%에서 24%로 10%p 증가했다.

현재 유권자 지형 유지되면 민주당 고전

6월 4주 전국지표조사(NBS)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5%, 민주당 25%로 10%p 차이다.(6.19~21, 한국리서치 등 4개 기관) 보수의 비중은 늘고 진보의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에 더해 보수결집력은 강해지고 진보결집력은 약화되는 양상이 반영된 것이다.

현재의 유권자 지형이 내년 총선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면 민주당은 지지층 비율도 줄고 결집력도 약화되는 이중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야당의 위기'인가? '여당의 기회'인가? 선거일까지 남은 시간은 9개월이다.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심재웅 여론조사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