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미중 외교수장 '긴장감'

2023-07-14 10:33:38 게재

블링컨 "군사소통채널 열자" … 왕이 "불법제재 취소하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3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났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13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고 있다. 자카르타 AP=연합뉴스


두 사람의 회동은 블링컨 장관의 지난달 중국 방문 이후 24일 만이다. ARF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날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안정화를 위한 소통을 이어갔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회담은 중국과 공개된 소통선을 유지하고자 하는 지속적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범위에 있어 미국의 이익을 분명히 하고 오해에 따른 위험을 줄여 책임감 있는 경쟁을 운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두 사람이 이번 회담에서 다양한 범위의 양자 및 역내, 세계적인 문제에 있어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이 가운데는 차이가 분명한 의제와 잠재적 협력이 가능한 문제가 함께 포함됐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이번 회동이 솔직하고 실무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외교적 수사를 걷어내고 나면 양측의 진짜 속내가 드러난다. 이견도 보이고 우선순위에도 차이가 분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중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 소통 채널 구축 및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중요성과 중국 해커그룹들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양국의 군사 등 소통 채널을 열어둘 책임이 있고, 나는 그것이 긴급히 할 일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아직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인정 유지의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중국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동맹들이 공유하는 우려를 직접적으로 제기하고 국제적 도전 과제에 있어 공조 진전을 도모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AFP는 또 블링컨 장관이 중국 해커그룹이 미국 정부 기관 등의 이메일 계정에 침입했다는 미 정부 발표와 관련해 경고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날 중국 기반 해커가 미국 정부 기관을 포함한 약 25개 기관의 이메일 계정에 침입해 이들 기관의 이용자 계정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피해 대상에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중국 정부는 "허위 정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블링컨 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들은 자유롭고 열려있으며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라는 이념을 진전시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왕 위원은 미국의 과학기술 분야 대중국 견제와 제재에 문제를 제기했다.

왕이 위원은 "중국에 대한 경제·무역 및 과학기술 탄압을 중단하고, 불법적이고 무리한 제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또 대만 문제에 대한 '엄정한 입장'을 밝히고, 미국은 내정 간섭을 하거나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왕 위원은 또 위험한 징후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하는 '회색 코뿔소'를 결연히 저지하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의미하는 '블랙 스완'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견이 드러나고 긴장감도 팽팽했지만 향후 소통선을 이어가자는 데는 양측 모두 공감했다.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영토를 침범한 뒤 최악으로 치달았던 미중 갈등은 지난달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일단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최근 중국을 찾아 양국간 경제 현안을 논의한 데 이어 러몬도 상무장관 역시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민감한 통상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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