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한중, 실태파악 위한 공동 여론조사 정례화하자

2023-07-20 11:32:58 게재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

올해는 한중수교 31년이 되는 해이다. 새로운 30년 첫 출발부터 코로나19 사태, 중미 전략경쟁 등 정세의 영향으로 한중관계는 양국 학계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여기에 양국 여론의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보도는 지나온 수교 30년 동안 이룩한 성과보다 향후 향방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더한다.

다행히도 7월 초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협력 국제포럼에 중국의 왕이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과 한국의 박 진 외교부장관, 일본의 하야시 외무상이 온라인 방식으로 참석했다. 7월 중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제13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중, 중일 외교당국 회담이 이루어졌으며 상호 간 소통의 유대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의 코로나19가 올해 들어 어느 정도 안정되었지만 아직까지 양국 간 인적왕래와 이에 필요한 비자조치, 항공편 등이 코로나사태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비즈니스 방문, 유학 및 관광 등이 과거의 최고 수준으로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은 향후 개선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채(前菜)단계 혹은 악화일변도로 치달을 수도 있는 변곡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향후 양국 간 보다 건강하고 성숙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수교 30년의 성과 평가와 함께 현 단계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절박하다. 이렇게 하려면 양국의 여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와 기업, 나아가 중국과 한국에서 상주하고 있는 인원이나 단체, 현지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양국 간 인적왕래 원만히 이루어져야

양국 간 무역과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기업 경영진들이 현지 방문을 통한 상황 이해가 수시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한 양국 관련 부처 간의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인적 왕래가 활성화되어야만 상호 방문을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 보다 객관적으로, 사업 기회도 더 많이 포착하게 될 것이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영향을 받은 유학생 왕래와 비즈니스 방문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제한되었던 인적방문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됨에 따라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양국 간의 인적왕래 회복으로 인한 상호 이미지나 여론 개선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회복하고 보다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양국 국민들이 공동으로 바라는 희망사항이다.

양국 관계 상황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반응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나 한국에 상주하는 인원들이나 무역이나 투자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양국 여론은 양국 관계 악화 동향에 대해 모두 우려하고 있으며 관계개선이나 발전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양국의 여론이나 학술계도 이 점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이해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동안 양국의 국내상황도 국제정세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며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여전히 증대하고 있다. 과거의 연구나 선입견으로 양국 관계를 바라보거나 냉전식 사고로 오늘날 국제정세를 인식한다면 대화 교류 소통보다 대결 대립 대항이 양국 관계의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진행된 회담에서 왕이 정치국 위원과 박 진 외무장관은 소통과 교류의 중요성을 모두 강조했다. 현재 중미 중일 간에도 다양한 소통과 회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올해 하반기에는 보다 많은 소통과 교류가 추진되리라 예상된다.

한일, 중일 사이에는 십수회 공동 여론조사

중국의 국제출판집단(CIPG)과 일본의 '겐론 엔피오(NPO)'는 현재까지 17회 공동 여론조사를 진행해왔으며 작년 9월에는 중일국교정상화 50주년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참고할만한 여론 동향을 제시했다. 일본의 겐론 NPO와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 사이에도 이와 유사한 공동 여론조사가 10회 진행되었다.

중국과 한국 사이에 아직까지도 이러한 공동 여론조사가 없다는 점에 유의하고 공동 협력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어느 한 나라의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공동의 문제의식을 가진 양국 기관의 공동여론 조사가 중한관계 설정이나 방향 설정에 있어서도 보다 가치 있는 참고가 되리라 기대된다.

리청르 중국사회과학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