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세안, 2045년 '사람중심 공동체' 만들 비전 마련

2023-07-21 10:50:19 게재

세계 3대 인구대국, 4대 경제대국 예상 … 아세안 역량과 제도적 효과성 강화가 핵심 내용

정해문 전 태국 대사

2045년이면 아세안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아세안이 20년 앞을 내다보는 비전 성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의 비전인 '2025 아세안 비전'을 계승할 차기 비전은 20년 앞을 내다보는 그야말로 담대한 구상이다.

아세안 역사상 20년이란 장구한 세월을 염두에 둔 비전 착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2022년에 야심찬 비전 성안을 위하여 아세안 작업반(The High-Level Task Force on ASEAN Community's Post-2025 Vision, HLTF-ACV)을 출범시켰다.

현재의 비전은 2015년말 말레이시아의 아세안 의장국 수임 당시 10년 앞을 내다보고 채택한 '아세안공동체 비전 2025'이다.

◆5월 정상회의에서 비전 마련 결의 = 아세안 정상들은 지난 5월 10일~11일 인도네시아 개최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공동체의 2025 이후 비전 성안에 관한 정상성명'을 채택하여 이를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이는 정상차원에서 20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상기 작업반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박차를 가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부인 이리나 위도도 여사(가운데)가 지난 5월 10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제42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정상들과 배우자들과 함께 피니시 보트를 타고 있다. 아세안은 이 회의에서 '비전 2025'가 끝난 후 2045년까지 20년 장기비전을 마련하기로 결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세안 정상들은 상기 정상성명에서 작업반이 비전 성안 작업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하였음을 높이 평가하였다. 새로운 이정표에는 아세안의 역량과 제도적 효과성을 강화하는 권고안과 아세안 공동체 2025 이후 비전에 담아야 할 핵심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정상 성명은 아세안 공동체 2025 이후 비전 성안에는 상기 핵심 요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정상들은 작업반이 아세안을 미래 지향적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균형 감각이 있고 포용적이며 조정하는 방식으로 아세안 공동체 2025 이후 비전 성안을 지향하면서 작업을 진척시켜 나가도록 격려하고 있다.

아세안 공동체 2025 이후 비전이 적절하고 골고루 혜택을 주며 아세안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모든 이해당사자들로부터 견고하고 구체적 조언을 이끌어 내는 노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겠다. 정상들은 작업반이 선견지명을 갖추고 영감을 주며 탄탄하고 포괄적이고 포용적이며 전향적인 아세안 공동체 2025 이후 비전을 성안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나아가 정상들은 향후 20년에 걸쳐 현재와 미래의 도전과 이 지역 안팎의 동향에 대처하면서 다양성 속의 통합 정신과 유대감을 감안하여 아세안의 역량과 제도적 효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비전을 성안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동시에 정상들은 작업반이 아세안 공동체 구축 노력에 있어서 아세안 청년들의 필수불가결한 역할이 보존되도록 하면서 2022년 아세안 청년의 해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가운데 이러한 점이 아세안 공동체 2025 이후 비전에 반영되도록 권장하였다.

◆아세안 56년 역사상 첫 장기 비전 = 좀 더 구체적으로 아세안의 20년 앞 비전 채택의 의의, 경과 및 과제들을 살펴보자. 방콕포스트 칼럼니스트 카비(Kavi)씨는 지난 4월 4일자 칼럼을 통해 작업반의 비전 성안 노력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다.

20년 비전 아이디어는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3월 19일~20일 인도네시아 베리퉁에서 개최된 작업반 제7차 회의에서 사실상 결정되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공동 주최한 이틀 간 회의는 2025년 이후 10년 간 아세안 공동체 미래의 핵심 요소 논의에 상당한 진척을 이루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작업반은 결국 최종적으로 2030년에 중간 리뷰를 하기로 하면서 20년간의 비전이 필요하다는데 합의를 이루었다.

글로벌 지정학적, 지경학적 상황이 극히 유동적인 시점에 이처럼 장기 비전을 수립하기로 한 것은 56년 아세안 역사상 최초의 사례이다. 이 영광은 올해 아세안 의장국에 돌아가야 한다. 의장국 인도네시아는 처음부터 아세안을 시민들의 삶에 더 적합하고 복원력 있도록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2045년이 새로운 시한이 되어야 함을 줄기차게 주창해 왔다.

◆전문가, 시민사회, 풀뿌리 단체도 참여 = 지금부터 2025년까지 작업반은 아세안의 가장 중요한 도전에 관해 종종 묻는 질문에 직면할 것이다. 이 질문은 지금부터 20년 동안 지정학적 상황에서 아세안의 적합성뿐만 아니라 아세안의 복원력 역시 보장하는 비전을 어떻게 도출해 낼 것이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지금부터 20년 후면 아세안은 아마도 중국, 미국 및 일본/인도 다음으로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아무도 ASEAN 2045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작업반은 '아세안 정부간 인권위원회' '아세안 생물 다양성 센터' '아세안 비즈니스 자문 이사회'를 포함한 아세안 관련 기관과 협의를 하거나 더 나아가 자카르타에 기반을 둔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 전문가들과도 만나 관련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같은 아세안 회원국들은 시민사회 조직은 물론 풀뿌리 단체들로부터도 더 많은 조언을 받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2045년에 아세안이 아무도 뒤처지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이해관계를 가지는 진정한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언이 필수적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영향력 발휘할 아세안 중심성 = 현재로서는 아세안 문서는 '사람 지향의 공동체'와 '사람 중심의 공동체'라는 오직 두가지 문구만을 사용한다. 다가오는 수십년 내에 아세안 시민들을 섬기기 위해 이 두 개념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아세안은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이다. 인권에 관한 적절한 아세안 주도 기구가 미래에 설립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2009년 아세안 정부간 인권위원회 설립이래 아세안은 인권과 근본적 자유, 민주주의, 법의 지배 등 가치를 보호하기보다 오히려 증진하는데 주력하여 왔다. 현 아세안 의장국이 '아세안인권대화'(ASEANHuman Rights Dialogue) 설립을 제안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작업반의 일곱 번째 회의인 인도네시아 베리퉁 회의에서는 아세안 공동체에 영향을 미칠 핵심 지역 및 글로벌 동향을 이미 확인하였다. 이러한 동향은 신기술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고 모든 시민에게 기회를 보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년이 지나면 아세안은 인도 및 중국 다음으로 세계 3대 인구 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의 일부는 지정학적 전이에서 오는 계속적인 파급효과, 에너지 위기 및 식량 안보 등과 같은 대형 추세이다.

나아가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및 사이버 안보 등에 관련이 있는 최첨단 기술 이슈들이 걸려있다. 더 양극화될 미래 세계에서 아세안을 더 적합하게 만들려면 아세안은 핵심적 글로벌 행위자가 될 수 있도록 아세안 중심성을 강화해야 한다.

◆강대국이 지배 못하도록 전략계획 원해 = 그러므로 아세안은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아세안 주도 메커니즘을 통해 더 많은 대화, 관여 및 협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정말로, 아세안은 어느 일방 강대국이 아세안의 지붕 아래 있는 동남아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전략계획을 입안하기를 원한다.

그런 만큼 작업반은 대담하지만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1967년 방콕선언에 소중히 간직되어 세월의 검증을 받은 원칙들은 아세안 중심성과 공동체의 연계성 및 아세안 소속감을 더 공고히 할 것이다.

비록 어떠한 도전이 대두되더라도, 아세안은 글로벌 공동체, 특히 막강한 대화 상대국들에게 아세안이 이러한 도전을 집단적으로 해결할 단호한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음을 계속해서 과시해야 할 것이다. 아세안 시민들이 아세안이라는 조직이 소속 시민들을 돌볼 능력과 역량을 갖고 있음을 완전히 신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하겠다

아세안 정상들은 지난 5월 인도네시아 개최 정상회의에서 '2025 이후 비전 성안'에 관한 정상성명과 함께 '아세안의 역량과 제도적 효과성 강화'에 관한 정상성명을 채택하였다.

역량과 제도적 효과성 강화는 아세안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그 만큼 새 비전에 이를 어느 정도로 비중 있게 반영하느냐가 중대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두 정상성명은 아세안 공동체의 2025 이후 비전 성안 작업에 있어서 쌍두마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정상성명에는 새로운 비전 성안의 작업 과정에 정상들의 지침과 구상, 의지가 포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하겠다.

지금부터 20년 후면 아마도 아세안은 세계 3대 인구 대국 겸 세계 4대 경제대국 모습으로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체급 증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새로운 비전에 새로운 체급을 어떻게 반영하려고 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