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분없는 억지 대신 진정성있는 대화를
부산대병원 파업이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다.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진료 역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지역 공공의료와 중증환자 진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7월 13~14일 전국 145개 의료기관에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 벌어졌지만 총파업 종료와 함께 주요 국립대병원 공공병원 대학병원들이 속속 타결하거나 파업없이 교섭국면으로 전환했다. 이에 비해 부산대병원에서는 노사간 극한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교섭을 시작한 이후 병원측이 두달 간 39개 노조측 요구안 중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은 데다 노조측이 파업을 예고하자 선제적으로 병상을 비우고 환자를 빼면서 대화와 협상의 여지를 좁혀버렸기 때문이다.
주말교섭과 밤샘교섭을 통해 대화의 끈을 이어가면서 타결의 고리를 찾았던 다른 병원들과 달리 부산대병원은 교섭요구안 쟁점을 좁히기 위한 실질적인 대화를 거부했다. 대화로 빨리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용적으로도 교섭은 진전되지 않았다. 대화의 상대방인 노조측 요구는 진지하게 검토해 합의점을 찾아야 할 요구가 아니라 수용할 수 없는 부당하고 과도한 요구로 치부됐다.
병원측 대화로 해결하려는 의지 안보여
전국 국립대병원 14곳 중 13곳이 2019년~2021년에 합의해 시행 중인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부산대병원만 7년째 회피하고 있는 것은 누가 보아도 상식적이지 않다. 더 이상 시간을 끌 명분도 없다.
"불법의료 근절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 실효성있는 조치를 마련하자는 요구에는 묵묵부답인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해 노사 동수로 TF팀까지 꾸렸다면 실효성있는 근절조치를 내놓아야 마땅하다. 환자 증가와 업무량 증가에 따라 적정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요구에 "기획재정부가 TO를 승인해주지 않아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도 무책임하다. 노사가 먼저 충원에 합의하고, 기재부에 함께 요청하는 것이 맞다.
부산대병원장은 'MVP'(the Most Valuable PNUH, 가치가 큰 부산대병원)를 슬로건으로 "부산시민과 국민이 신뢰하고 찾아올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양산부산대병원장은 '환자를 내 몸같이, 동남권을 넘어 세계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직원행복병원과 ESG 의료경영을 약속했다.
하지만 파업장기화에다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이 약속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속한 진료정상화'는 말잔치가 되고, 환자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 오죽했으면 진료일선의 부산대병원 교수들이 공개 토론회를 요구했을까?
교섭이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병원측은 노조 요구에 대한 답변 준비도 없이 "수용불가"만 되풀이했다. 마지 못해 교섭에 나와서도 "피곤하다"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해 교섭은 길게 가지 않았다.
사회·공익적 책임 다하려는 노력 있어야
노조를 교섭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모두가 바라는 '조속한 진료정상화'는 공염불이 될 뿐이다. 진정성이 없으면 대화의 고리가 끊어지고, 사회적·공익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해법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부산대병원 파업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