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의 기후행동
탄소제거의 부상과 정책의 중요성
2021년 4월 22일 지구의 날,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제거 방법을 개발하는데 1억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일명 '엑스프라이즈(XPRIZE) 탄소제거 프로젝트'다.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이 걸린 탄소제거 프로젝트로 연간 10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100년 이상 격리할 수 있는 기술을 찾는 것이 목표다. 1133업체가 참가해 현재 15개사가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는데, 우승 기업은 8000만달러의 상금을 거머쥔다.
탄소제거란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함으로서 대기중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탄소제거기술은 배출원에서 탄소를 포집·저장·활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과거에 누군가 배출한 탄소를 대기중에서 직접 포집하는 DAC(Direct Air Capture), 식물이나 토양 및 암석 등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자연기반솔루션(Nature based Solutions) 등으로 대별된다.
그중 DAC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기술 투자사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털리스트(Breakthrough Energy Catalyst)는 투자 우선순위가 높은 4대 핵심 기후기술로 지속가능 항공연료, 청정수소, 장기 에너지 저장장치와 더불어 DAC를 꼽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글로벌 회사들이 탄소제거기술을 활용한 탄소감축실적(탄소배출권) 구매를 늘리면서 탄소제거사업에 자금줄이 되고 있다. 5월에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바이오매스발전소에서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북해에 저장하는 과정의 배출권 270만톤을 10년에 걸쳐 구매하기로 했고, 미쯔비시 상사 등도 2025년까지 중계목적 탄소제거배출권 100만톤 확보를 위해 20만톤 우선 구매를 발표했다.
좋은 기술도 경제성 없으면 확산 어려워
마침 지난 7월 20일 서울에서 탄소제거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필자가 세션을 진행하면서 놀란 것은 400명 가까운 참석자수였다. 본 행사를 주최한 카카오임팩트와 소풍벤쳐스도 국내 최초로 미국 LA 근처 DAC 실증사업에서 발생하는 탄소감축 실적을 구매해 본 행사로 인한 탄소배출을 상쇄한다고 발표했다. 허공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사업은 너무 비싸서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국내외의 기술동향 및 투자경험담을 들어보니 기술의 변화속도를 절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서울까지 와서 세미나에 참석한 DAC기술벤처 캡쳐6의 경우 소금물로 수산화나트륨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함으로서, 탄산나트륨처럼 저장 가능한 광물로 만드는 기술을 소개했다. 특히 해수담수화시설의 부산물을 원료로 활용하고, 포집된 탄소를 광물 형태로 가열없이 저장하기 때문에 처리비용을 톤당 200달러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수처리기업인 부광테크도 이를 뒷받침했다. 역삼투를 통해 해수를 담수화하면 반대편에 어차피 처리해야 하는 농축소금물이 남는데, 이를 활용해 탄소를 제거하면 1석2조라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2년 전 1억달러 상금을 걸며 한 말 중에 기억해야 할 것은 "특히 이산화탄소 제거에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찾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너무 비싸면 확산에 한계가 있다. 다만 어느 정도 기술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초기시장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해 탄소포집저장(CCS)으로 제거시 이산화탄소 톤당 85달러, DAC로 제거시 톤당 180달러의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캐나다도 CCS 투자비의 50%, DAC 투자비의 60%에 대해 세금공제 혜택을 준다. 일본 역시 1조엔의 녹색혁신기금을 운용하며 10개 이상의 DAC R&D를 지원하고 있다.
초기시장 형성과정에서의 정책이 중요
필자는 20년 전인 2003년 유럽에서 해상풍력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그 당시 국내에는 육상풍력조차 보급이 거의 안되어 있던 시기라서, 해상풍력기술을 접했을 때 너무 비싼 먼 미래 기술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선진국의 초기시장 지원정책과 기술가격하락 노력으로 2030년까지 약 800조원이 투자될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의 탄소제거기술이 어쩌면 20년 전의 해상풍력기술처럼 낯설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나라가 탄소제거기술이 유망하다고 판단한다면, 지금 초기시장 형성 과정에서의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돌아보니 2003년 해상풍력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