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무력화 … '자료 제출 최소화' 관행 굳어지나
김영호 후보자 "법률상 의무 자료 다 냈다" 버텨
빠르면 28일 청문보고서 15번째 불채택 임명
윤석열 대통령이 "검증을 제대로 못했다"는 야당의 반발에도 김영호 통일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청문위원들의 요구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도 하루만 버티면 임명된다는 관행이 만들어져 인사청문회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이 요구하는 가족의 병역, 학적, 납세 자료뿐만 아니라 주식거래 내역, 부동산 임대차계약서, 유튜브 소득과 지출내역 등을 결국 제출하지 않았고 수 년 동안 방송해 온 유튜브를 폐쇄해 검증을 차단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27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빠르면 28일에 청문경과보고서가 불채택된 채 이뤄진 15번째 임명이 단행될 전망이다.
26일 국회 외교통일위 야당 간사인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는 개인의 신상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를 거의 제출하지 않았고 자세히 구두로 설명하기로 했던 유튜브 필요경비, 1998년 은마아파트 매입자금 출처, 본인·배우자·자녀의 장학금 수여 현황 등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흐지부지 뭉갰다"며 "2008년부터 운영한 유튜브가 정책검증의 핵심인데 후보 지명 직후 폐쇄하더니 통일부는 복구하는데 한 달이 걸린다고 거짓말을 했고 후보는 검증을 위한 공개를 거부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의 지명철회나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아 '부적격'으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며 "만약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1일 인사청문회에서 은마아파트 매입자금과 관련한 매매계약서와 세금 납부내역, 유튜브 수입 신고 내역, 장학금 수여 증빙자료 등에 대해 "개인정보가 들어 있고 제 3자도 관련돼 있어 공개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했다. 유튜브 경비사용 내역과 관련,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 경비와 관련해 세부내역을 제출해 줄 것을 허락하겠냐"고 하자 "허락하기 어렵다"면서 "세무서에 다 신고했는데 그 이상으로 뭘 또 요구를 하신다는 것이냐"고 했다.
김 후보자가 "3자 정보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고 언급했던 임대계약서에 대해 "제 3자 정보를 가리고 달라", "위원장과 간사에게만 보여주라"고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요구하자 "드릴 수 없다",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결국 제출하지 않았다. 음주운전으로 100만원 벌금을 받았을 때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얼마였냐는 박홍근 의원의 질문에도 "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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