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다듬어져야할 중대재해처벌법

2023-07-27 11:00:08 게재
김경식 고철연구소장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초기 논란이 많았던 법안의 모호성은 검찰의 기소와 재판을 거치면서 안개가 많이 걷히고 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효과도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 법 시행 1년여 경과한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611건, 644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인 2021년에 비해 사고 건수는 8.1%(54건) 줄고 사망자는 5.7%(39명) 감소했다.

제조업 사망사고 감소 등 일부 효과

이와 관련해 한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기업이 유해요인 개선 같은 사전적 예방활동보다 최고경영자(CEO) 처벌을 면하는 부분에 집중한 것 같다"고 하면서 "빨리 기소되고 판결이 나오면 전반적으로 기업들에 주는 메시지가 컸을 텐데, 사례들이 안 나오면서 긴장도가 떨어지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128명으로 1년 전보다 12.9%(19명)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의 감소폭이 크다. 제조업은 지난해 1분기 46건, 51명에서 올해는 30건, 31명으로 사망자수가 무려 39.2%나 감소했다. 또 하나 특징은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 사망자도 작년 68명에서 올해는 49명으로 27.9%나 감소했다.

그런데 이러한 개선이 나온 1분기 이후 중대해재처벌법 집행에 중요한 두가지 사례가 생겼다.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는 무혐의 되었으나 검찰조사 후 기소됐다.(3월 31일)

또 한국제강 대표가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 됐다.(4월 26일) 이 두 사례를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의 인식은 확연히 변하고 있다. 그동안 사고예방보다는 유명 로펌을 동원해서 오너(CEO) 보호에 주력했던 전략에 엄청난 차질이 생겼다.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의 경우 중재재해 회사의 법적 대표가 아님에도 조직·인력·예산의 실질적인 책임자였다는 이유로, 한국제강 대표의 경우 최근 연이은 중대재해가 결정적으로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한다.

일부 사업장 중대재해 감소추세 역행

지난 7월 19일 현대비앤지스틸(대표 정일선)에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전체 종업원 480명, 스테인레스 강판 단순 압연 업체에서 일어난 사고다. 철강회사는 높은 온도, 높은 장소, 높은 압력, 높은 전압, 많은 유해가스로 사고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단순 압연 업체에 불과함에도 11개월 사이에 연이어 세번이나 중대재해가 일어났다. 더구나 작은 회사에서 안전경영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대표이사가 있음에도 안전담당 대표이사(CSO)를 새로 선임하고(2022.4.11.) 본인의 사인까지 해서 홈페이지에 공개를 했다.(2023.7.21.현재) 1을 위해 29와 300을 희생하는 '하인리히 법칙'의 역설로 보인다. 역설이 통했는지 CSO선임 후 중대재해는 계속 일어났다. 아마 그에게 실질적인 조직·인력·예산의 권한이 없었을 것이다.(서류상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제조업, 50인 이상 사업장의 중대재해 감소추세와 역행하는 이 회사의 연이은 중대재해의 내재적 원인이 궁금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더 다듬어지고 예방효과를 주는 고용노동부 조사, 검찰 수사, 법원의 판결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