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회, 계엄령 90일 또 연장

2023-07-28 10:51:02 게재

10월로 예정된 총선 취소

내년 3월 대선도 불투명

우크라이나 입법부인 베르코브나 라다(Verkhovna Rada)가 27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계엄령과 국가 총동원령을 90일 연장했다고 미국 유에스에이투데이 등이 보도했다.

작년 2월 24일에 처음 도입된 이 긴급 조치는 러시아와 전쟁이 계속되는 속에서 반복적으로 90일 동안 연장됐다. 이 투표는 347명의 국회의원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계엄령은 당초 8월 18일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11월 15일까지 연장됐다. 계엄령이 투표와 선거 운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10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가 사실상 취소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19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키이우 AFP=연합뉴스


계엄령 연장과 함께 18~60세의 우크라이나 남성도 군 복무를 위해 소집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를 떠날 수 없도록 한 총동원령도 연장됐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의 운명도 불투명하다. 긴급 조치가 11월 15일 이후에 한 번 더 연장되면 우크라이나 법에 따라 선거 전에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선거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또 한번 연장되면 대선은 취소된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 3개월 후인 2022년 5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항소할 권리없이 '친러시아' 혐의를 받는 모든 정당을 금지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그 이후 젤렌스키 정부는 의회의 가장 큰 야당 블록을 포함해 12개 정당을 불법화했다.

한편 스위스 연방정보국은 젤렌스키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을 정치적으로 제거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현지 뉴스매체인 'NZZ'가 최근 보도했다. 또한 유럽 평의회(PACE) 의장 티니 콕스는 홈페이지(council of europe)에 게시된 지난 5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가능한 한 빨리 투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단순한 선거 그 이상이지만 선거 없이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데 우리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