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갯벌 블루카본, 탄소중립 특급 구원투수
지난 100년 화석연료에만 의존했던 경제발전은 '기후위기'란 거센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기후위기는 체감, 불편이 아닌 인류생존의 문제가 됐다. 실상 기후온난화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면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점이 큰 문제다. 일부 과학자는 기후변화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본다. 최근의 기후재앙은 가속화 장기화 대형화 광역화되면서 폭염 가뭄 산불 홍수 수해 한파 사막화 등 전세계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전쟁이다.
바다도 화가 많이 났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연안침식 피해가 속출하고 해수온 상승으로 슈퍼태풍 폭우피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특히 중위도의 우리나라는 이상수온, 아열대화, 생태계 파괴, 수산자원 감소 등 피해가 더욱 심각해졌다.
한반도 기후위기 취약설은 논픽션이다. 지난 50년 표층수온이 전세계 대비 평균 2배 이상 높아졌다. 수온상승은 한반도 주변 어종 분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씨가 마르고 도루묵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반면 제주나 남해에 살던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나 멸치는 전 해역에 출몰중이다.
갯벌 염초밭 굴밭 같은 탄소흡수원 주목
사실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 역사는 사뭇 길다. 이미 50년 전 '기후온난화'에 대한 첫 경고가 있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온실가스 감축 논의만도 어언 25년이다. 선진국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규정한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개도국에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그리고 2019년 유럽연합을 필두로 전 세계로 확장된 '2050 탄소중립' 선언까지 국제 약속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는 기후변화가 10년 더 빨라졌다고 결론을 냈다. 지난 50년간 새로운 약속과 목표만 있었을 뿐 실행과 개선은 없었다.
2050 탄소중립은 마지막 약속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했다. 2021년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란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올해 정부는 NDC 세부 이행방안을 조정하면서 산업부문의 감축목표를 완화했다. 기존 2018년 대비 40% 온실가스 감축이란 대전제는 유지됐으나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해양수산부가 2021년 선언한 '해양수산 탄소 네거티브' 전략(-324만톤)은 박수받을 만하다. 전세계적으로 '블루 이코노미'가 주목받는 지금, 바다의 역할만큼 도전도 필요한 때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다의 흡수원인 '블루카본'이다. 즉 육상의 탄소 흡수원인 산림 초지와 같은 '그린카본'에만 의존하지 않고 바다의 탄소흡수원인 갯벌 염습지 해초숲 굴밭과 같은 서식지를 보존 발굴 확대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전세계 탄소수지를 보면, 그린카본은 배출된 탄소의 약 28%를 다시 흡수해준다. 블루카본도 대략 26%의 배출된 탄소를 다시 흡수해준다. 전세계적으로 블루카본 서식지가 그린카본 서식지에 비해 협소한 점을 고려하면 블루카본의 탄소흡수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큼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경우 산림이 전 국토의 60%인데 반해, 연안역 블루카본 서식지는 2%에도 못 미친다. 블루카본의 탄소흡수 속도 또한 그린카본에 비해 50배 빠르다고 하니 블루카본의 경제성은 이미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걸림돌이 있다. 현재 IPCC에서 공식 인정하는 블루카본은 제한적이다. 즉 열대우림의 '맹그로브', 염생식물 군락지인 '염습지', 그리고 수중에 발달한 '잘피림'뿐이다. 연안에 수많은 종류의 탄소흡수원 서식지가 존재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탄소감축원'으로 인정받는 블루카본 서식지가 단 3가지 유형이란 점은 우리 입장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잘 발달된 비식생 갯벌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블루카본이 아니란 뜻이다.
우리나라 전체 갯벌이 1300만톤 탄소 저장
블루카본 연구 역사는 비교적 짧다. '블루카본'이란 용어가 국제사회에 처음 등장한 것이 2009년, 그리고 IPCC에서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블루카본이 공식 채택된 것은 2013년이다. 우리나라 경우 블루카본 연구는 2017년에야 비로소 시작됐다.
2021년까지 진행된 1단계 블루카본 연구에서는 개념 정립, 탄소 측정법 개발, 조사체계 확립, 데이터 구축, 법제도 지원 등이 이루어졌다. 1단계 성과는 고무적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갯벌이 약 1300만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최대 49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매년 흡수함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는 승용차 약 20만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에 맞먹는다. 이로써 갯벌이 과학적으로 탄소흡수원이면서 탄소감축원으로서의 '블루카본'임을 전세계 학계에 알릴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제사회에서 비식생 갯벌이 탄소감축원으로서의 블루카본으로 인정되려면 IPCC란 최종 관문이 남았기 때문이다. 과학적 부분에서는 비식생 갯벌이 블루카본 흡수원으로서 100년 이상 장기간 탄소를 격리, 저장함도 추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한편 정책적으로 우리나라가 갯벌을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흡수원으로 선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복원·보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5월 발표된 국가 '블루카본 추진전략'에서 비식생 갯벌이 NDC에 흡수원으로 반영된 점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끝으로 국제사회에서 비식생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의제화하여 IPCC가 인정하는 탄소감축원인 블루카본으로 공식채택되는 것이 마지막 단계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 해양수산부뿐만 아니라 IPCC와 관련된 다양한 정부 부처, 즉 외교부 환경부 기상청 산림청 등의 협력과 지지가 필요하다. 전세계 갯벌 보유국과 국제적으로 공조해야만 결국 IPCC란 최종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블루카본에 대한 국민 인식 고무적
그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의 갯벌에 대한 사랑과 지지일 것 같다. 2017년 블루카본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국민 중 '블루카본'이란 용어를 아는 사람은 1%가 안됐다. 실제 지난 10년간 '블루카본'이란 단어가 언론에 노출된 횟수는 1000회 정도에 불과하다. 블루카본이 국내 언론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13년 2회, 이후 2019년까지 총 100회를 넘지 않았다. 2020년 45회를 기점으로 2021년 179회, 2022년 364회, 그리고 2023년 7월 현재까지 288회에 이르고 있다. 최근 정부의 관련 연구 소개나 성과 홍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ESG 경영 전략으로 '블루카본' 조성사업에 뛰어들면서 언론 노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우리 연구진은 블루카본 국민인식조사를 수행했다. 결과는 예상외로 놀랍고 고무적이었다. 우리 국민의 블루카본 인지율은 21%, 블루카본 관련 정책 인지율은 32%로 나타났다. 특히 갯벌 바다숲과 같은 블루카본에 대한 인지도가 과거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블루카본이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이란 평가는 76.2%, 블루카본 관련 정책의 확대 필요성이란 공감도도 7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국인이면 '갯벌'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 같다. 이제 갯벌이 '블루카본'으로서 탄소중립을 위한 특급 구원투수임을 전 세계인에게 더 많이 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