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소멸 조장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을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고, 매년 1조원씩 10년간 지역에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2022년에 도입됐다. 지난 5월에는 제도도입 2년차를 맞이해 우수사업 발굴 자치단체에 대한 기금 배분액 확대, 타 사업과 기금사업의 연계 강화, 민간 투자사업과 기금사업의 연계 등이 개선됐다.
개별 사업으로 진행되는 유사한 사업들은 상호연계성이 저조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번에 진행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개선방향은 유사한 사업들을 엮어서 인구유입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하며, 중복·유사사업의 단점을 보완한다.
지방소멸기금제도 근본적 문제 드러나
그러나 실제로 개선이 꼭 필요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방안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역이 소멸하지 않도록 대처할 방안은 지역 내 출산율을 높이는 것과 타 지역의 인구를 유입시키는 것 두가지가 있다. 전자는 인구의 절대 규모를 올리는 것이며, 후자는 상대적인 인구 비율을 높이는 것에 해당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상대적인 인구 비율을 상향하는 것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다.
지역의 재원과 민간투자 등 막대한 비용을 들여 타 지역의 인구를 해당 지역으로 유입시키는 데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하는 것인데, 그야말로 지역의 소멸을 막겠다는 이상만 높고 현실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는 안고수비(眼高手卑) 행위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여기서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대상인 '인구감소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특별히 인구가 더 감소하고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 인구감소지역에 인구가 유입되면 타 지역에서는 인구유출이 더 커지며, 인구감소 속도가 증가한다. 인구감소지역인 89개 지방자치단체는 국가 및 민간투자를 통해 막대한 규모의 재원으로 인구를 유입시키고 그만큼 인구감소지역을 다시 만드는 순환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것이 지금의 기금 역할이나 다름없다.
인구유츨 예방지역 지원하는 방안 돼야
일반적인 성과관리에서는 성과가 높을수록 보상이 커지는 구조이나, 본 기금은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재원을 더 장기간 지원받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소멸대응기금은 적게는 64억원에서 많게는 144억원까지 지원받는데 10년 동안 지원 규모가 유지되면 최대 144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배분받을 수 있다.
이러한 역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지역이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인구가 많아지는 경우 받게 되는 인센티브 제도는 아직까지는 없다. 무려 10조원이라는 대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만큼 지역소멸을 방지하려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높은 제도임이 틀림없지만, 인구가 빨리 감소하는 지역에 재원을 더 많이 투입해 해결하려는 것은 수십년간 투입 대비 성과가 저조했던 다른 사업들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도리어 내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지역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구유출을 예방하는 지역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며, 인구감소지역을 벗어났을 때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