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국의 기후행동

'탄소중립 골든크로스' 가시권 안에 있다

2023-08-09 14:36:15 게재
이승국 한양대 대우교수 에너지자원공학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7월 27일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C3S)의 '전세계 올해 7월 온도가 역대 최고'라는 발표에 대해 "지구온난화가 끝나고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 공포스러운 기후변화 현상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매우 놀라운 사실은 (예측보다 훨씬 빠른) 변화속도"라며 과감하고 즉각적인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5월 '제5회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탄소중립 100대 정책과제를 담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보고서'를 공개했다. 내용 중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비용과 편익을 2100년까지 분석해 편익이 비용을 앞지르는 이른바 '탄소중립 골든크로스' 시점을 예측한 점이 흥미롭다.

탄소중립 비용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국가경제를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데 새로이 투입해야 할 모든 화폐적 비용'으로 정의하고 해외 사례 참조와 자체 보완을 통해 총비용을 추정, 현재 가치로 환산해 1870조원의 투자 비용을 제시했다.

천재지변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가려면

편익은 '투자편익'과 '기후편익'으로 구분했다. 투자편익은 2050 탄소중립 달성 시점까지 배출량 감축, 흡수량 증대, 그 외 모든 저탄소 전환을 위한 투자와 기술혁신에 수반되는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평가해 총 2347조원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신시장 선점(1339조원), 생산성 향상(495조원), 인프라 확대(453조원) 등이다.

기후편익은 백악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 주요 기관에서 택한 기후·경제통합평가모형을 활용해 유형별 기후변화 피해를 GDP 대비 손실분으로 추정했다. 즉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온난화가 억제될 경우를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잠재 피해 비용절감 효과를 현재 가치로 약 3090조원 정도로 예상했다. 투자와 기후편익을 합쳐 약 5437조원의 탄소중립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도별 비용과 편익 추세도 제시하며 편익이 비용을 앞지르는 '탄소중립 골든크로스'는 2060년경이 될 것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 2040년경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탄소중립 여정에 골든크로스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 시기를 차치하고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서 정의한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제성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므로 탄소중립을 강화하면 성장이 저하된다는 이른바 '탄소중립은 곧 성장탈피'라는 과거의 통념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세계기상기구가 최근 발간한 '아시아 기후 통계 2022'에 따르면 아시아 대륙의 온난화 속도는 전세계 평균보다 빠르며, 1991~2022년 온난화 경향이 1961~1990년에 비해 거의 2배, 아시아의 2022년 평균온도는 1991~2020년 평균보다 0.72℃ 높은 것으로 기록됐다. 2022년 한해에만 81건의 기후 관련 피해가 발생해 5279명이 사망했고 5200만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으며 경제 손실액은 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또한 세계기상기구의 또 다른 최신 지구 기후변화 보고서(업데이트)에 따르면 올해 후반부터 엘니뇨 현상이 발생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폭염 가뭄 폭우 폭설 등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야흐로 과거 천재지변이라 불리던 기상이변이 일상화되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기후재앙이 더 크게 더 빨리 인류를 위협하는 형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 경고는 점점 더 자주 반복될 것이다

환경-기후-경제 어우러져야 탄소중립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평균온도 증가를 1.5℃로 제한하여 최악의 기후재앙을 피할 여지가 아직은 있다. 단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탄소중립 비용편익 분석에 기후편익이 계상된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인류의 성장 더 나아가 생존을 좌우하는 탄소중립은 환경-기후-경제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그리고 80억 인류 모두가 지구 열대화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자각하고 탄소배출 감축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천재지변의 일상화가 우리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승국 한양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