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시간 내륙 머문 '카눈' 영남·강원 물폭탄

2023-08-11 11:06:58 게재

군위·속초 등 침수피해 속출

수도권선 힘 빠져 피해 적어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태풍 경로 오른쪽인 영남과 강원 지역에 물폭탄을 안겨 피해가 더 컸다.

뜬 눈으로 보낸 밤 | 11일 오전 강원 고성군 거진고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태풍 이재민들이 쉬고 있다. 이 지역은 전날 제6호 태풍 카눈이 뿌린 호우로 큰 침수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대구 군위군에서 불어난 물에 휩쓸려 60대 남성이 숨졌다. 달성군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6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지역별로는 군위군과 강원 속초·강릉시 등에 쏟아진 시간당 90㎜ 안팎의 극한호우로 일부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피해가 컸다. 주택 30채가 물에 잠기고 3채가 파손됐다. 상가 16동도 침수됐다. 제방 유실도 10곳이나 된다. 강풍 피해도 적지 않았다. 전국에서 간판이 떨어지거나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118건에 달했다. 4만358세대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번 태풍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태풍의 이동 양상이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10일 9시 20분쯤 경남 거제를 통해 한반도 상륙 후 그대로 북진해 11일 오전 3시쯤 북한지역으로 넘어갔다. 태풍 관측을 시작한 1951년 이후 내륙을 관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 속도는 평균의 절반에 불과했다. 소멸 직전 평양 부근에 도달할 때 시속 15㎞ 안팎이었다. 느린 속도 탓에 내륙에만 33시간가량 머물렀다. 속도가 느리면 바람보다는 비 피해가 크다. 속초시 군위군 등이 심각한 침수피해를 입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카눈 같은 이례적인 태풍이 앞으로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놓은 새로운 태풍 양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태풍에 대비한 선제 조치는 발 빠르게 이뤄졌다. 특히 지난 집중호우 때 오송지하차도 참사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충북과 청주시는 침수 가능성이 있는 하천변 도로와 지하차도, 다리 등의 주민 통행을 통제했다. 경북도는 예천 등 산사태 피해지역과 주변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홍수통제소와 산림청 지자체 간 상황전파와 공동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실제 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이번 태풍을 대비해 주민들을 선제적으로 대피시킨 규모는 17개 시·도 1만5862명이다. 지하차도 중 침수위험 도로 676곳도 담당공무원을 지정해 사전 통제했다. 둔치주차장과 하천변 해안가 출입도 서둘러 막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신속한 사전대피와 선제적 통제에 힘입은 바 크다"며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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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이재걸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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