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에 지붕 날아가고 마을·상가 잠겨
한반도 관통한 태풍 '카눈'에 피해 잇따라
강원·대구 피해 커 … 1명 사망, 1명 실종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남긴 상처는 컸다. 10일 오전 9시 경남 통영에 상륙해 11일 새벽 1시 휴전선을 넘어 북상할 때까지 무려 15시간 동안 전국 곳곳에 강풍과 폭우를 쏟아냈다. 순간초속 30m가 넘는 강한 바람에 공장지붕이 날아가고 기습폭우에 마을과 상가가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공공시설 184건, 사유시설 177건의 피해가 집계됐다.
주택 침수 등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곳은 강원과 대구·경북이다. 강원도는 402.8㎜의 비가 내린 속초를 비롯해 삼척(387㎜) 강릉(346.9㎜) 고성(341.5㎜) 양양(305㎜) 동해(264㎜) 등 동해안 6개 시·군에 피해가 집중됐다. 시간당 91.3㎜의 폭우가 쏟아진 속초에선 상가가 물에 잠기고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컸다. 강원소방본부에 신고된 침수피해만 주택 44건, 상가 32건, 도로 23건, 주차장 2건 등 101건에 달했다. 강릉시 교동에서 5층 아파트 축대가 무너지면서 주민 10여명이 급히 대피하는 사고가 있었다. 고성에서도 일부 도로가 침수돼 물이 어른 무릎까지 차오를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대구에선 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0일 오후 1시 10분쯤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의 하천인 남천 병천교 아래지점에서 A씨(67·남)가 강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오후 1시 45분쯤엔 달성군 가창면 상원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사람이 도랑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 중이다. 동구와 군위군에서는 산사태와 하천 범람이 우려돼 주민 326명이 대피했다.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 남천에서는 제방이 일부 유실돼 주민들을 사전에 대피시켰고 주택 10여채가 물에 잠겼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와 지난달 집중호우로 대규모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입은 포항과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은 주민대피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사전 대처로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겼다. 11일 오전 5시 기준 3106가구 4224명이 임시대피소 등에 대기 중이다.
수도권도 11일 오전까지 이어진 많은 비로 크고 작은 피해들이 잇따랐다. 서울은 도봉구와 강서구 등에서 가로수와 나무가 쓰러진 사고가 13건, 종로구에서 한옥 건물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진 인명 피해가 없지만 내일까지 5㎜에서 최대 40㎜의 비와 최대 초속 20m 내외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필요하다. 청계천 등 하천 27곳과 주요 등산로는 아직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경기도에선 10일 오후 1시 10분쯤 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교회 철탑이 강풍에 쓰러져 주택 지붕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 소방당국이 크레인을 동원해 제거했다. 오후 4시쯤 포천시 동교동에선 공장 지붕으로 사용하는 조립식 패널이 강풍에 날아갔고 화성시 정남면의 한 공장에선 사무실 천장이 붕괴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인천에서는 11일 오전 7시 기준 모두 37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10일 오후 남동구 간석동 도로에서 강풍에 나무가 쓰러졌고, 미추홀구 용현동에서는 건물 외벽 일부가 떨어졌다. 또 남동구 구월·서창동, 부평구 십정동 등 저지대 주택이 일부 침수됐다.
빗길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10일 오후 1시 20분쯤 전북 김제시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 나들목 인근에서 승용차 3대가 잇달아 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4명이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2시 18분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 3교 인근 도로에서 승용차가 가드레일과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대 남성 B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운전자인 20대 남성 C씨는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같은 날 오전 10시 46분쯤 안양시 평촌동에선 덤프트럭과 버스 승용차 간 4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덤프트럭 운전기사 1명이 중상을 입었고 시내버스 탑승객 등 14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원에서도 이날 오전 10시 기준 빗길 교통사고 6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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