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국의 '나홀로 디플레이션'
전세계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요즘, 중국에서는 'D의 공포'가 번지고 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가장 먼저 감지된 것은 중국 생산자 물가지수(PPI)로, 지난해 11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리오프닝 효과로 반짝 호황을 누리는가 했던 중국 수출은 6월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 내 청년실업률은 역사상 최고치인 20%를 넘어섰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기업이 생산과 고용을 망설이는 동안, 실업률 급증에 따른 소비자 구매력 감소는 중국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더 나아가 '경기침체'로 규정해도 될지는 아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중국 경제가 당분간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점에 대해서 이론이 없어 보인다.
'D의 공포' 번지는 중국 경제 당분간 위기 벗어나기 어려울 듯
중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생산경쟁력의 감소다.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까지 불리던 중국이 그 자리를 인도에게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 그 상징적인 사례다. 가령 애플사의 경우 '아이폰은 캘리포니아에서 설계되었고, 중국에서 제조했다'는 말이 그동안 슬로건처럼 따라다녔지만 지난해 10월 중국 내 아이폰 공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셧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하고부터는 공장을 인도로 이전하려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미중 전략경쟁으로 인해 중국이 미국의 생산라인에서 배제된 이후부터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국가들이 중국의 대체 생산지로 각광 받고 있다. 이는 비단 글로벌 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중국 기업들 역시 미국이 부과하고 있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피해 중국 밖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내 기업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공동부유론의 실현도 이른바 '차이나 엑소더스'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고초를 겪어야만 했던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사례에서 보듯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서의 기업 운영은 뜻밖의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수출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으로서는 미중 전략경쟁 이후 판로가 막히고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악재다. 미국의 수입처 다변화로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멕시코 캐나다에 이어 3위로 밀렸다거나,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에 경제보복 조치를 할 경우 미국도 이에 대응해 공동으로 관세인상을 하자는 논의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냉전시대 미국의 대(對)소련 봉쇄정책을 연상케 할 정도다.
설상가상 미국 바이든행정부는 지난 9일 사모펀드와 벤처캐티탈(VC ) 등 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려 중국과 기술패권경쟁을 이어나갈 뜻을 분명히했다.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과의 기술교류 없이 중국이 독자적으로 첨단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중국의 수출 전략은 갈수록 옹색해질 전망이다.
미중 패권갈등 멈추고 세계경제질서 재편입도 고민해볼만
이러한 경우 중국은 단기적으로 대규모 부양책을 통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2021년 헝다그룹에 이어 최근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마저 디폴트위기에 직면한 현재 더 이상의 부양책은 쓸 수 없을 것이다. '외통수'에 걸린 중국으로서는 고령화 저출산 문제로 시간도 결코 중국 편이 아닌 상황에서, 더 이상의 무모한 미중 패권갈등을 멈추고 다시금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질서에 재편입하는 것도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물론 시 주석이 취임일성으로 2049년 초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이상 그 꿈을 꺾기 쉽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