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남북경협이 타산지석 삼아야 할 '북중경협'
역설적이지만 가끔씩 '실용의 중국, 이념의 한국'이라는 말을 되뇌곤 한다. 한국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모적 논쟁을 하느라 일을 그르치곤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이념은 명목만 남기고 시장경제를 차용하는 것처럼 실익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중국에서 시장경제가 정착된 1990년대 후반 이후의 북중경협을 보면 혈맹관계라는 수식어에 무색하게 중국이 철저히 실리를 챙긴다. 중국은 다른 거래처를 구하기 힘든 북한의 사정을 십분 활용해 수출하는 물품은 비싸게 팔고 수입하는 물건은 가격을 후려쳤다. 철광산이 있는 무산 출신 탈북민도 중국이 거래에 야박했다고 전한다. 중국이 북한의 누적된 무역적자를 당국차원에서 탕감해 주기도 했지만 거래 자체는 냉정하게 했다. 장사는 제대로 한 후 북한 사정을 봐가며 인심을 쓴 셈이다.
지난 시절 남북경협을 돌아보면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고 확실한 보장을 받지 않은 채 투자하거나 같은 민족 간의 정을 우선한 선심성 대북지원이 적지 않았다. 북한이 체제에 대한 영향이 적은 북중경협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을 병행한 것도 쉽게 실리를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언제든지 남북경협을 북중경협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의 천안함 도발 당시 우리측이 5.24 조치로 남북교역을 중지했지만 북중간 교역량이 다음해까지 60% 증가하면서 남북교역을 사실상 대체했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남북간 거래도 시장원리대로가 바람직
향후 남북경협은 북중경협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남북간 거래 자체는 철저히 시장원리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성공단 임가공 제품이 한국내에서 인기가 있었듯이 한국과의 정상적 상거래를 통해서도 북한은 충분히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중국이 교역 대가로 북한의 광물을 알뜰히 챙겨가는 것과 한국이 경공업 원자재를 지원하고도 북한 광물은커녕 손실을 본 것도 비교가 된다.
한국이 비료와 식량 거래를 저리의 차관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한 지원성 거래임을 암시했기에 우리측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상환의 의사가 없다. 중국은 어정쩡한 상거래를 하지 않으며 인도적 차원의 식량이나 비료지원이 필요하면 무상으로 진행한다.
남북경협에 지원성 거래가 많았기에 국내에 불필요한 정쟁을 일으켰던 점도 아쉽다. 한국이 지원성 교역으로 제공한 비료나 식량 등의 물자를 북한이 장마당에서 환금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썼을 것이라는 퍼주기 논쟁이나 안보위협 논쟁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정상적 교역으로 수익을 취할 수 있도록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소모적 논쟁이었다.
남북경협이 재개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을 포기하고 디리스킹을 선언한 것은 안보위협에 대처하면서도 상호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경제협력은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북한의 안보위협에는 맞서되 남북간 경제협력은 준비해야 한다.
북한도 인도주의적 지원만으로는 경제난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안다. 북한이 핵대화에 나올 때 경제적 보상은 경수로 지원과 같이 한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남북경협의 재개를 원할 수 있다. 과거에도 1980년대는 북중경협과 북소경협, 1990년대는 북중경협과 북일경협, 2000년대는 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을 병행해 과도한 대중의존을 조절했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의 축소, 교각살우의 우려
남북경협이 재개되더라도 과거처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북중경협의 실용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남북이 함께 이익을 나누되 주고받는 것이 분명한 거래가 되어야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북한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유무상통의 효과가 큰 남한과의 정상적인 교역만으로 충분히 실익을 거둘 수 있기에 선심성 지원으로 우리 내부의 논쟁을 불러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최근 통일부가 남북교류기능을 대폭 축소한다고 한다. 북한에 대해 과거와 같은 지원성 남북경협은 기대하지 말라는 강력한 신호는 될 수 있지만 남북경협이 정권에 따라 언제든지 부침을 거듭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줄 수 있다. 북한이 북핵대화에 나오면 남북경협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하는 '담대한 구상'의 원래 취지와도 맞지 않다. 과거 남북경협의 부족함은 고치되 할 일까지 그르치는 교각살우는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