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싱가포르 '물과의 투쟁'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는 근래 가뭄으로 식수원과 농업용수가 고갈되거나 기습폭우와 돌발홍수로 큰 피해를 겪는 상황을 자주 겪는다. 세계적인 기후위기 상황에서 물 문제가 우리에게 더 큰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심해지는 만큼 과거 통상적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대책들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용수 취득과 기후위기 영향이라는 측면 모두에서 취약성을 가진 싱가포르가 물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자연적인 지하대수층과 호수가 없는 싱가포르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용수확보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물리적으로 크기가 작다는 제약은 빗물을 모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네가지 원천으로부터 물을 얻는다.
첫째, 필요량의 절반 정도인 하루 2억5000만갤런(1갤런 3.78ℓ)의 물을 말레이시아 조호르강에서 수입해온다. 1962년 협정에 따라 저렴한 가격으로 100년간 수입을 보장받고 있지만 양국 관계 변화에 자주 영향을 받아왔고 협정종료 후의 불확실성이 있다. 둘째, 섬 전체에 산재한 17개의 저수지를 통해 빗물을 최대한 저장한다. 이를 위해 도수관 배수관 운하 등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정비한다.
물 절약 생활화로 1인 사용량 계속 줄어
셋째, 5개의 '뉴워터 팩토리(NEWater Factory)'를 통해 사용된 물을 끝없이 재처리하고 재사용한다. 생활하수를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폭 6m 길이 48km에 이르는 하수터널을 통해 수집한 후 재처리해 마실 수 있을 정도로까지 변화시킨다. 넷째, 대규모로 바닷물을 담수화한다. 현재 5개의 담수화공장에서 인공 막을 사용한 염분 분리기술을 통해 많은 양의 고품질 물을 생산한다.
이와 함께 전 국가적으로 물을 적게 쓰는 캠페인을 상시 진행한다. 연간 6만㎥ 이상의 물을 사용하는 곳은 물 사용관리 계획을 매년 담당 정부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세탁기 위생용기 등 물과 관련된 제품은 의무적으로 별 하나에서 셋까지 표시된 용수효율성 표식을 부착해야 한다. 효율적인 물 사용을 위한 펀드도 조성하고 효율적인 사용에 대한 시상식도 한다.
이러한 결과 싱가포르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000년 기준 165리터에서 2018년 기준 141리터로 줄었고 2030년까지 130리터로 줄일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2021년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293리터에 달하고 지난 10년간 오히려 3% 증가한 사례와 비교된다.
싱가포르는 급작스런 폭우와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한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거미줄같이 얽힌 배수관이 막히지 않도록 입구 부근의 청결을 항상 유지하고 바닷가에는 해안둑을 쌓기 시작했다. 육지와 바다로부터 오는 재난에 대비하고자 북쪽의 부속 섬 외곽에 높이 6m의 둑을 쌓고 둑 내부는 네덜란드식 저지대(폴더)와 펌프장 배수로망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향후 점차적으로 광범위한 남부 해안지대 외곽에 둑을 쌓거나 인공섬을 설치한 후 사이사이를 해안 둑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안에 인접한 지역에 건물을 세울 때는 좀 더 안쪽에 건립하도록 유도하고 건물의 1층은 빈 공간으로 유지토록 행정 지도도 한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용수의 공급, 내륙의 홍수 대비, 해안선 보호 등 물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환경부 산하의 별도 법정기관인 공공사업국(PUB)이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전 정부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공공사업국은 24시간 콜센터를 유지하면서 물과 관련된 문제 발생 시에 즉각 대응하는 태세도 유지한다.
물 관련 전반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
또한 물 문제에 대한 국제적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매 2년마다 격년제로 싱가포르 국제 물주간 행사를 주최한다. 세계 각국의 물 관리자와 산업 관계자들이 이 행사에 함께 모여 최신의 상업적 기술적 혁신을 선보이고 정책개발 사례를 공유하며 연구와 정책개발에서의 협력도 모색한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물 문제에서 국제 사회의 선도적 지위를 충실히 확보해 나가고자 한다. 물에서 비롯된 위기를 극복하려는 싱가포르의 여러 노력에는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간절함이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