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본질

2023-08-28 11:18:37 게재
최종호 변호사

올해 태풍과 수해는 젊은 해병대 병사의 순직이라는 또 하나의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이른바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은 벌써 한달 가까이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날이 없었고, 이제는 무엇이 논점인지조차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병사의 사망에 대한 법률적 쟁점은 사단장을 비롯한 상급 지휘관에게 과실, 즉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그리고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에 대한 신문, 참고인에 대한 조사, 기타 증거 수집 등의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①군사법원은 군인에 대해 재판권을 가지지만(제2조 제1항 제1호), ②군인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민간)법원에 재판권이 있고(제2조 제2항 제2호), ③(민간)법원에 재판권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군의 수사기관인 군 검사나 군 사법경찰관(군사경찰)은 이를 (민간의) 검사, 공수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송치·이첩해야 한다(제286조, 제228조 제3항). 즉 해병대 수사단에서는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할 수 없고 바로 관할 수사기관인 경북지방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안에서 국방부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조사보고서의 이첩을 중단하라고 하거나, 그 조사보고서에서 혐의사실이나 특정한 혐의자를 제외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부당하다.

군사법원법상 국방부장관 지시는 부당

2020년 10월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의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국가작용인 수사에 관련해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시에는 객관성·공정성·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요청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약 1년 5개월 후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러한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존재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성립된 윤석열정권의 국방부장관이 도대체 왜 대통령의 지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일까? 2023년 8월 10일 오후 사건 경위에 관한 설명을 위해 국회를 찾은 신범철 국방부차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군대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장관의 지시 사항이 이행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군은 전쟁과 전투라는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험을 수반하는 활동을 임무로 하는 조직이고, 이를 위해 군의 명령은 부하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죽는 것을 내용으로 한 명령은 있을 수 없고, 이는 명령의 내재적 한계다.

태평양전쟁 말기 유명한 '카미카제'는 폭탄을 장착한 비행기가 함선에 충돌하는 방법으로 공격했고, 당연히 그 생존 가능성은 0%였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일본군 지휘관들은 이를 '통수(統帥)의 외도(外道)'라고 표현하며 정식 명령을 거부했고, 결국 각자의 지원이라는 형식으로 실행됐다.

군대는 무조건 명령에 죽는 조직 아니다

'군대는 명령에 죽는 조직'이 아니다. 군대 조직이라고 해 그 무엇이나 명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왜곡된 인식에서 부당한 명령이 내려졌다. 그것이 이번 '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