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어촌 플랫폼 창설 의미와 과제
지구촌에서 기후변화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해양과 수생생태계에 바탕을 둔 삶을 이어가는 공간인 어촌은 부족한 정주기반과 인프라, 수산자원 감소와 어업 환경악화, 높은 재해위험성, 경쟁적 어장이용으로 인한 지역갈등, 어업 전통문화유산 소실 등 공동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범국가적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년 동안 관련 국제기구의 고위급 인사를 비롯해 많은 국내외 수산분야 지도자들을 만나 어촌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적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을 제안했다.
오는 9월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최하게 되는 '2023 세계어촌대회'는 유엔 농업식량기구(FAO)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등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국, 카리브해 도서국, 유럽 등 50여 개 국가에서 장·차관급 인사와 전문가들이 참여함으로써 어촌을 매개로 하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글로벌 플랫폼을 제시하게 된다.
세계 최초 어촌 중심 국제적 플랫폼 제시
20세기 이후 급속한 인구 증가와 수산물 수요 증가에 수반된 인간활동으로 바다의 환경은 지속적으로 훼손되어 왔다. 이에 대한 공동인식 부족과 투자부진은 어촌의 회복지연으로 이어져 전 세계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어촌공동체 문제가 특정 국가와 지역의 노력만으로 해결해내기 어려운 여건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바다로 연결된 어촌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공동으로 이행해나갈 수 있는 구심체가 될 세계어촌대회는 의미가 매우 크다.
소규모 어업을 기반으로 하는 어촌공동체는 국가·지역 간 치열한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보다는 서로가 전통과 사회구조를 통해 가지고 있는 선례(Best Practice)를 공유함으로써 상생을 위한 협력과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수산물을 약 70kg를 섭취한다. 즉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에 어가인구는 90%가량이나 감소했고, 도시로의 인구이동 등으로 인해 지역불균형이 심화하면서 2045년에는 전체 어촌의 87%가 소멸 고위험으로 전망되는 등 빠르게 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어촌 소멸위기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한 어촌정책 시도와 적극적인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세계어촌대회에서 우리가 경험했던 어촌정책의 성과는 개도국과 공유하고, 시행착오 등 부족했던 부분은 다른 국가·지역의 우수사례를 배울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특히 독특한 어업문화와 자연여건으로 형성된 다양한 전세계 어촌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전 세계인이 어촌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촌 중요성과 가치 인식하는 계기
2023 세계어촌대회는 국제 학술행사의 형식을 갖추지만 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동이행을 위한 비전 선포와 주요 원칙을 마련해 나갈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부산에서 시작한 글로벌 어촌 플랫폼이 전세계를 순회하면서 지구촌 각지의 어촌이 직면한 현안과 미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발한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