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시대적 전환기 맞이한 아세안의 글로벌 보폭 확대

2023-09-01 10:40:22 게재

아세안 리더로 등장한 인도네시아 … 9월 5일 아세안 정상회의, 미얀마사태 해결 전기 마련 기대

정해문 전 태국 대사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세계 3대 민주주의 국가로서, 세계 4대 인구 대국으로서, 세계 최대 온건 이슬람 민주주의로서, 역동적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아세안의 리더로서 국제 외교무대에서 갈수록 체급이 격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아세안 의장국들의 역할과는 달리 글로벌 지정학 무대에서 아세안의 위상을 한층 고양시킬 뿐만 아니라 국제적 보폭을 넓히면서 새로운 영역을 열거나 대담하게 개척하는 매우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지구촌 외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세안의 지정학적 역할이 크게 신장되어 가고 있다. 특히, 작년 인도네시아의 G20 의장국 성공적 수임의 결과 국제사회로부터 확보한 호의와 평판은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그 자신의 전략적 관점을 재조정하고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아세안은 과거의 성공에 기반을 두면서 전례 없는 새로운 미래를 포용하고 있다.

한중일과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이 지난 7월 14일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6번째가 대한민국 박진 장관, 그 왼쪽이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박 장관 오른쪽 두번째가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7월 중순 내내 대화 상대국과의 각료급 회의를 통해 의장국은 아세안이 역내 주도적 지역 플랫폼이 되었음에 틀림없다고 강조하면서 회원국들이 공통의 도전에 대처하고 대외 파트너국가들과 어울리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였다.

◆ 아세안이 강대국 경쟁 싸움터가 되는 것 방지 주력 = 아세안의 대강대국 관계에 있어서 인도네시아는 미얀마 위기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부족한 면을 노정시켰지만, 그 문제는 싸움터와 그 너머 저편에서 관여하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복잡성에 비추어 이해할 만하다고 볼 수 있다. 의장국과 태국의 노력으로 아세안은 미얀마 문제에 관한 아세안 5개항 합의사항을 미얀마 분규를 종식시키고 미얀마 국민들의 열망을 실현시킬 주된 프레임워크로 간주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이 강대국 경쟁의 전쟁터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아세안의 희망을 강조하였다. 자카르타에서 아세안은 여전히 다시 한번 회의 개최권과 설득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7월 중순 지구촌의 핵심 역할을 하는 모든 활동가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17개 고위급 회의와 15개 공식 문서 서명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가장 최근 회의는 7월 14일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으로서 24개국 외교장관이 참가하였다. 이전의 아세안 회의처럼 주요 대화 상대국들은 양자 또는 3자 차원의 별도 회의를 하는 등 아주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아세안 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고 있다. 아세안은 미중의 주요 외교 무대가 되고 있다. 자카르타 AP=연합뉴스


올해의 초점은 미-중관계와 한반도 위기에 계속 집중되었다. 서로 경쟁하는 나라들의 지도자들이 아세안 플랫폼 내에서 회담이나 협의를 할 때는 그들의 행동이나 어조는 언제나 더 친화적이 되고, 그들의 확신에 찬 자기 주장은 완화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특히 미.중은 아세안의 공감을 얻기 위해 정책 협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미.중 외교장관들은 신뢰증진을 위해 매우 유익한 양자 회담을 가졌으며 종종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난다.

◆ 세계 12개국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 '인도-태평양에 관한 아세안의 관점(AOIP)'을 주류화 하려는 아세안의 노력은 여타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아세안의 전략적 가치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미 2020년 인.태프레임워크 하의 일-아세안 협력에 관한 공동 선언을 발표하였으며,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여타 국가들도 유사한 협력을 하고 있다.

현재 12개의 상이한 인.태전략과 프레임워크가 약 40개국으로 구성된 인.태지역의 광범위한 전략 지형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 중 5개 국가는 아시아 국가들로 한국, 일본, 인도, 아세안 및 방글라데시 등이다. 나머지는 서방의 동맹국이나 우방국들이며 미국, 호주, 유럽연합,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 독일 등이다. 이 들 각국은 모든 차원에 걸쳐 인.태지역에 대한 지원활동(outreach)의 일환으로 아세안과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시대적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다. 이를 간파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새롭게 나타날 지정학적 구도와 질서를 상상하면서 대비한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인도네시아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사우디, 7월 동남아 우호협력조약 가입 =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첫째, 올 7월 아세안-중국 외교장관회의에서 아세안은 중국에게 AOIP하에서 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였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을 대체하여 '인도-태평양'이라는 지리적 기술을 미국이 주도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므로 아세안은 중국이 인도-태평양 모멘텀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 한다.

둘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중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남중국해 행동강령(COC) 협상 타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아세안과 중국은 '유효하고 실질적인 남중국해 행동강령 조기 타결 가속화 가이드라인'을 채택한 바 있다.

셋째, 인도네시아 안보.전략문제센터 선임연구원 리잘 수크마는 최근 논평에서 아세안이 스스로의 인도-태평양 가이드라인을 통해 미-중 경쟁을 완화,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OIP의 주요 목표는 모든 당사자들을 지역협력프레임워크로 통합시키는 것인 만큼, 올 9월초 동아시아 정상회의와 병헹 개최되는 아세안.인도-태평양포럼이 AOIP와 AOIP의 적합성의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넷째, 더 나아가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가 동남아 우호협력조약에 가입한 의의 또한 매우 크다 하겠다. 이로서 전 세계 주요국은 모두 1976년 조약에 가입하였다. 이는 아세안-걸프협력이사회(Gulf Cooperation Council)가 금년 10월 최초 정상회의를 사우디 제다에서 개최하기로 한 만큼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아세안-GCC 관계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섯째, 새로운 지역 다이내믹에 대응하여 중국은 어떠한 유보도 없이 동남아비핵지대조약(SEANWFZ) 의정서에 서명할 희망을 강조함으로서 매우 큰 전략적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은 동남아비핵지대조약에 서명하는 최초의 핵보유국이 되기를 원한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중국의 가입을 가능케 하는 다음의 논리적 수순을 고려중이며.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서 비핵지대의 범위를 명시하기를 원할 것이다.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현재로선 핵보유국의 가입과 비준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아세안은 동남아비핵지대조약의 의정서 쟁점을 검토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한편,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측 기자회견에서, 동남아 비핵지대를 설립하려는 아세안의 노력 관련, "미국은 규칙 기반 비확산 체제" 유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기존의 미국 입장을 반복하였다.

◆ 아세안의 장기 비전과 조직 혁신 = 아세안은 지정학적 보폭 확대와 병행하여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생동감을 부여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조직 활동의 중장기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며 효율성 및 효과성 증진을 위해서도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장기 비전을 성안하고 역량을 강화하는데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개최 정상회의에서 아세안은 20년 앞을 내다보는 '2025 이후 비전 성안'에 관한 정상성명을 채택함과 동시에 아세안의 '역량과 제도적 효과성 강화'에 관한 정상성명을 별도로 채택하였다. 역량과 제도적 효과성 강화는 아세안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지금부터 20년 후면 아마도 아세안은 세계 3대 인구대국 겸 4대 경제대국 모습으로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아세안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경제와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아세안 최대 강국이며 세계 3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또한 아세안 사무국이 위치한 수도 자카르타를 아세안의 본부로 인식한다. 인도네시아는 자신의 지도력이 수렁에 빠진 미얀마 사태를 종식시키는데 진전을 보이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5일부터 개최되는 제43차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 관련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지 세계는 지켜본다. 의장국 인도네시아는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