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 "탈황시설없는 공장 폐쇄"

2023-09-01 10:40:22 게재

자카르타 최악 대기질

아세안 정상회의 비상

이달 5일부터 사흘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질 상태가 이어지자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대기오염물질 방지 시설이 없는 공장은 폐쇄하겠다며 강경조치를 예고했다.

31일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전날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주 스마랑에 있는 한 직업 고등학교를 찾아 정부가 대기오염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탈황시설인 스크러버(Scrubber) 의무 설치와 같은 정부가 정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공장 등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확실히 제재를 가할 것이며,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공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는 최근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자카르타 주변 공장들의 일제 단속에 나섰고 규정을 어긴 11개 기업에 대해 공장 가동 중단 등 행정 제재를 부과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또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 조정장관을 자카르타와 수도권의 대기질 개선을 수행할 팀장으로 임명했다며 정부가 인공 강우 기술 개발이나 재택근무 확대, 나무 심기 등의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개인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카르타는 건기가 계속되면서 대기 순환이 정체돼 지난달부터 대기질이 연일 세계 최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자카르타의 공기질지수(AQI)는 169를 기록,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대기질이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AQI가 0∼50이면 '좋음', 51∼100은 '보통', 101∼150은 '민감한 사람에게 나쁨', 151 이상은 '나쁨' 수준이다. 301부터는 '위험'으로 분류된다.

자카르타는 지난달부터 AQI가 150이 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건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대기 순환이 정체된 영향이다.

현지 언론들은 조코위 대통령조차 한달 넘게 기침을 하는 등 호흡기계 질환을 앓는 시민이 지난달에만 15만명에 이른다고 전하고 있다.

자카르타에서는 5일부터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주요국 정상들의 방문을 앞두고 대기질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기업들에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특히 정상회의 기간에는 인근 학교들에 50% 이상은 원격 수업에 들어가도록 요청해온 상황이다.

또 자카르타에 오가는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에 따르면 자카르타 대기오염의 가장 큰 오염원은 자동차와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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