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과 브라질 표준화의 차이
표준화는 국가 발전의 요소로서 선진국은 인력과 자본을 투자해 국내외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나, 개도국은 인력 자본 기술력의 부족으로 표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자는 미국의 발전 원동력이 표준화와 그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라고 봤다.<8월 8일자 경제시평 참조>
미국의 국내총생산(25조4000억달러)이 브라질(1조9000억달러)보다 높은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두 나라 표준화 차이도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다. 두 나라가 보여주는 표준화 정도는 다르다. 표준화란 제품이나 공정 등의 단순화 및 호환성 향상으로 경제성을 추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경제적·사회적 관습이나 가치 등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일관된 체계에서 가동된다는 확장된 의미다.
표준화 국가발전 요소로서 경제적 성과에 직결
필자가 2015년부터 3년간 근무한 브라질은 영토 면적이 전세계 5위, 인구는 2억2000만명이다. 영토 순위 4위, 인구 3억4000만명인 미국과 비교했을 때 규모 면에서 견줄 수 있는 아메리카 대륙 대국이다.
26개주로 구성된 브라질은 환경·사회·경제의 종합적인 측면에 따라 크게 북부 북동부 중서부 남동부 남부의 5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브라질의 각 권역의 표준화된 모습은 특성이 뚜렷하다. 브라질 경제를 이끄는 남동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는 중남미 최대 도시답게 현대적이다. 브라질 농업의 핵심지역인 마또그로스주에서 영농은 미국처럼 기계화돼 있다. 남부의 히우그란지두술주는 산업이나 사회 분위기가 유럽과 같다. 반면 아마존이 있는 북부는 아직도 원주민과 원시림이 문명 세계와 단절된 것처럼 보인다. 북동부의 바이아주도 아프리카의 한 개도국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브라질을 다양성의 나라라고 하는데 한나라 안에 이처럼 여러 나라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브라질은 표준화된 인프라가 부족해서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 예를 들어 마또그로스주에서 출하된 대두 가격은 미국 미네소타주의 그것보다 싸지만 산지에서 항구까지 내륙 운송비가 미국에 비해 비싸 결국 대두가 수입국 중국에 도착할 때는 미국산보다 더 비싸게 된다. 브라질의 내륙 운송 수단은 미국의 철도와 운하에 비해 주로 트럭이기 때문이지만 브라질에서는 철도 고속도로 창고 항구 등의 표준화된 물류 시스템 부족도 큰 원인이다.
브라질도 표준화의 성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 브라질 면적의 25%를 차지하고 5개 주가 걸쳐 있는 중부 세하도(Cerrado)가 브라질 농업의 핵심지역이 된 것은 1970년대부터 표준화된 과학기술을 개발·투입해 토질 개선, 경작지 확대, 신품종 개발, 무경운 방식 도입, 곡물과 축산의 통합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어느 주를 가나 사람이 만든 도시의 모습은 표준화돼 있다. 표준화된 계획에 의해 주거 쇼핑센터 산업지역이 설치됐고 이들은 고속도로와 연결돼 있다. 물류시스템도 미국의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철도 고속도로 운하 항공 등을 통해 열차 트럭 바지선 비행기 등이 표준화 및 기계화된 창고를 이용해 신속하게 이동시킨다. 이는 미국이 1인당 국민소득 7만6000달러의 높은 인건비에도 브라질보다 낮은 내륙 운송비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우리 수출기업도 각국의 표준화 수준에 맞게 대응해야
다른 나라의 표준화와 우리의 수출 기회를 연결해서 본다면 각국의 표준화 정도는 글로벌 시장을 추구하는 우리 수출기업에게 중요하다. 우리 기업이 미국과 같이 표준화 정도가 높은 나라에 수출할 경우는 소품종 대량 수출이 가능하지만 표준화 정도가 낮은 유럽이나 브라질 시장에 대해서는 다품종 소량 수출이 우리의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폴더폰이 제품의 기술적 우위에도 아직은 미국에서 아이폰보다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아이폰의 여러 부가서비스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소비제품의 표준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