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도권 교통정책의 역발상 '서울동행버스'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야. 저녁이 없어."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수도권 통근의 설움을 그린 한 대사다. 방영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 장면이 회자되는 이유는 드라마의 한 장면보다 매일 벌어지는 전쟁같은 현실이 더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직주가 근접한 곳에 살고 싶어 하지만 집값, 양육 환경, 경제적 사정 등 복잡한 고민 끝에 장거리의 통근길을 택하는 사람들이 다반사다.
당장 서울역과 강남대로만 봐도 버스열차라고 불릴 만큼 늘어서 있는 차들, 그 속에서 바쁘게 살길을 찾아 떠나는 수도권 통근자들의 모습을 마주하면 서울 교통의 책임자로서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음을 느낀다. 이렇게 장거리 통근길로 고통받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의 애로사항은 분석이나 통계로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렇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도권 주민은 서울시민'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경기 인천 서울을 연계하는 교통편의 증진을 주문해왔고, 서울시는 서울 시내가 아니더라도 '내 일처럼' 수도권 대중교통 현안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광역버스 승인율 82% 달성,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를 위한 개화~김포공항 버스전용차로 42일 조속 설치 등 단기간에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배경에는 서울시 교통정책에도 민선 8기 시정철학인 동행과 창의행정의 취지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서울 교통 현안 산적
업계나 학계에서는 익히 이해하고 있듯 그간의 버스 운영방식은 상당히 신중하고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왔다. 철도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는 결국 필수이동을 버스에만 의지해야 하므로 모든 수도권 지역에서 서울 도심 진입을 희망하지만, 무조건적인 승인은 한정적인 버스 수용능력과 심각한 교통량, 버스 정시성 하락 등 대중교통 운영의 본 취지를 저해하는 요인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은 10년 전에 비해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서울 인구는 2023년 6월 기준 941만명으로 '1000만 서울'의 기록이 깨졌고, 신도시 확장으로 수도권 인구는 증가추세에 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직장이나 본가를 서울에 두고 필수 경제활동을 위해 장거리 통근을 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8월 21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서울동행버스'의 운행 지역으로, 화성 동탄과 김포 풍무지역은 서울 출퇴근 수요가 높은 반면 부족한 교통시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노선을 발굴해 직접 서울 버스를 투입하는 역발상을 제시한 사례가 바로 '찾아가는 서울동행버스'다. 수도권 교통편의를 높이면서도 혼잡 가능성이 낮은 지점을 제시해 서울 시내 교통 불편도 해소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는 교통정책 이해도가 높은 서울시가 운영 노하우를 쏟은 것으로, 전례 없는 대안을 마련한 셈이다.
수도권 시민들의 삶에 작은 울림 선사
서울동행버스 운행을 시작한 이후,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규모의 기준만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시민들의 불편을 우선적으로 청취한 데 있다. 수도권 출근길을 찾아가는 '서울동행버스'가 좁지만 깊이 있는 정책, 수도권 시민들의 삶에 작은 울림을 선사하는 대표적인 정책 사례로 기록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