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 국방장관 전격 경질

2023-09-04 10:34:12 게재

"국방부가 군과 사회와 새로운 접근 필요" … 후임에 야당 정치인 우메로프 지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고 3일(현지시간) 로이터,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지난 2월 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이 연설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전격적으로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정치인 루스템 우메로프를 후임으로 지명했다. AFP=연합뉴스


후임에는 우크라이나 국유재산기금의 루스템 우메로프 위원장을 지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올렉시 레즈니코프는 550일 이상 전면전을 겪었다"면서 "국방부가 군대 및 사회 전반과 새로운 접근 방식과 다른 형식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YT 국방장관 교체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지도부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장관교체는 국방부의 재정비리가 드러나고 정부가 공직자 부패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21년 11월 국방장관직에 오른 레즈니코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서방의 군사 지원을 끌어오는 데에 역할을 했지만 지난 1월 국방부가 식량을 부풀려진 가격에 구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압박을 받아왔다.

로이터는 이번 결정은 젤렌스키가 강조해 온 부패척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우크라가 유럽연합 가입을 신청했고, 전쟁이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민들은 부패에 매우 민감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1월 레즈니코프가 이끄는 국방부가 군사계약과 관련된 일처리를 한 것이 드러나면서 타격을 입었고, 계란 통조림 콩 겨울코트 등 기본 보급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초과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주 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은 뇌물수수 스캔들이 터진 후 국방차관과 조달 책임자 등을 체포했고, 국가 채용 담당자들을 모두 해고했으며 계엄령하에서 부패를 반역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제안하는 등 전시 부정청탁에 대한 조치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레즈니코프의 직접적인 비리혐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책임론이 들끓었고 결국 이번 경질로 이어졌다. 이번 경질이 예정에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이번 주 후반 레즈니코프가 미 국방부를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만날 예정이었다는 점이 입증해 준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성을 반영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여름에 단행한 개각에서도 부패와 관리부실 의혹을 이유로 국내 정보기관장과 검찰총장을 해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레즈니코프의 사임요청 그리고 계약스캔들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의 비판여론에서 비롯된 변화"라고 말했다.

후임으로 지명된 우메로프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추가적인 소개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41세의 전직 의원이자 크림 타타르족인 우메로프는 2022년 9월부터 우크라이나 국유재산기금을 이끌고 있으며, 흑해곡물거래 등 민감한 전시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크림 타타르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으로 박해를 받았던 소수 민족이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의회 의원을 인용해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레즈니코프가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로 임명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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