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지역 모든 학교서 범죄예방 교육
1407개교에 학교전담경찰 투입
부족한 인력에 실효성 논란 계속
경찰이 서울지역 모든 학교에서 범죄예방 교육을 벌인다. 그동안 일선 학교의 요청 등에 의해 경찰관이 학교에서 학교폭력 강의나 캠페인을 한 적은 있지만 지역 모든 초·중·고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일제히 범죄예방 교육을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 경찰의 학교 범죄예방 활동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청소년 관련 범죄에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신학기 청소년 범죄 집중 예방활동 기간'을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오는 10월말까지 2개월간 학교전담경찰관(SPO) 134명이 서울지역 초·중·고교 1407개를 찾아간다. 교육대상은 78만명에 달한다.
경찰이 이번 활동을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학교폭력, 마약, 도박 등 청소년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의 학교폭력 검거건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은 1700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14명으로 13.5%나 증가했다. 올해는 1~7월 사이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청소년은 1226명으로 지난해 1044명의 17.4%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사이버) 상에서 피해 발생이 14.7%로 가장 높았다.
특히 이번 교육 활동에서는 마약과 도박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할애할 예정이다.
◆10대 마약류 중독 급증세 = 최근 5년간 청소년 중독성 범죄 중 마약사범은 2018년 28명에서 지난해 48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1~7월)까지 검거된 청소년은 147명에 달했다. 이는 2018년 연간 발생의 4.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와 함께 청소년 도박도 증가추세다. 검거된 건수는 많지 않지만 일선 경찰과 교육계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모바일) 등으로 각종 도박 사이트와 게임에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도박중독에 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박중독은 학교 폭력이나 다른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이번 교육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인터넷 계정 뺐기, 익명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명예훼손 등 사이버 범죄와 교사상대 범죄도 교육 내용에 포함됐다.
경찰과 자치경찰위는 이번 범죄예방교육 활동을 위해 '청소년 범죄예방 교육자료'를 별도로 만들어 활용키로 했다.
특히 살인이나 범죄를 예고하는 장난 글을 인터넷 등에 올렸다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까지 살인예고글을 올렸다가 검거된 피의자 53명 중 37.7%인 20명이 미성년자였다.
법무부는 살인예고글 게시를 중대범죄로 보고 별도 처별 규정을 만들고 있다. 또 게시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공권력 낭비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청소년 살인예고글과 관련해 "본인에겐 '어려서 그럴 수 있다'는 말이 맞을 수 있지만 검경은 사회를 지키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집중예방활동 기간에는 교육당국과 지자체 등과 협력해 안전 예방활동도 펼친다. 우선 학교 아동안전지킴이(1214명)과 SPO를 연계해 아동·청소년 안전 확보를 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 공약 지켜져야 = 이런 가운데 학교폭력 증가 등에 따른 SPO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도입 당시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SPO 제도는 2012년 도입했다.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지면서 경찰이 학교별로 학교폭력 사안을 전담하겠다는 취지에서다. SPO는 학교폭력 예방활동, 교육과 피해 학생 보호, 가해학생 선도, 학교폭력위원회 참석 등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인력난으로 경찰과 교육현장 안팎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청 등에 따르면 현재 SPO 정원은 1022명이다. 경찰관 한명이 약 12곳가량을 맡고 있으며 담당 학생 수는 5000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휴직·파견자 등을 포함하면 담당 학교수와 학생 수는 이 보다 늘어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전담경찰관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학폭 사건이 발생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학교전담경찰관 제도 운영 평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632명 중 37.2%(235명·중복 응답)가 SPO제도의 문제점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또 '자주 볼 수 없다'는 응답이 292명(46.2%) '원하는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34명(5.4%)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시절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경찰관 1명이 학교 2곳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증원을 공약했다. 경찰관 1인당 학생 수는 800명대로 줄여 SPO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약을 결국 지켜지지 않았고 청소년단체 등에서는 약속 이행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경찰청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학교전담경찰관을 5년 간 5000명 규모로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경찰청 방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현 정부의 공무원 정원 동결 기조에 가로 막힌 것이다. 2021년 말 정원 1122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인력이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무원 정원 동결 기조로 증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순차적 증원을 계속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