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응원
혹시 여러분의 주위에도 은둔형 외톨이가 있습니까?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라고 부르는 은둔형 외톨이는 집 안에만 칩거한 채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보통 6개월 이상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한 1980년대에만 해도 이 문제는 주로 청년 문제로 다뤄졌습니다. 최근에는 '8050 문제'(50대 히키코모리 자녀가 80대 부모에 의존해 생활하는 현상)와 결부돼 중년과 노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의 문제는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 사례가 보고된 것은 2000년이며, 현재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24만명 정도 된다는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지만, 청년들이 나이가 들면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일본처럼 노년의 부모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히키코모리 문제는 단지 개인의 병리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병리로 이어지므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병리적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중요할 것입니다. 심리상담 전문가나 정신과 의사와 같은 전문인력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개인 문제 넘어 가족과 사회의 병리로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감정과 경험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으면 좋습니다. 그들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그들이 외부 세상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용기를 내서 이겨내라'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밖으로 한발 내딛기가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운지 그 심정을 이해해 주세요. 또 그들의 취미생활이나 교류방식을 존중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방구석에 처박혀서 인터넷만 한다'고 비난하기보다는 현대의 통신기술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교류하는 것도 다행이라는 열린 마음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현실 생활에 조금씩 노출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대인은 실생활에 필요한 장보기, 세금 처리, 건강 관리, 운전 및 이동, 쓰레기 배출 및 재활용, 애완동물 관리, 부동산 구입 및 주택 관리 등의 일들을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주변의 은둔형 외톨이를 돕고 싶다면 이런 일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현대에는 이런 것들 중 상당수를 비대면 서비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이버대학 등장으로 대학에서의 학업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인터넷 상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제일 좋고, 혹시 그것이 안되면 좀더 어렵지만 전화로 처리를 하고, 그것도 안 될 때는 대리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기꺼이 대리인이 되어 은둔형 외톨이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면 어떨까요?
느리지만 조끔씩 적응 유도
함께 연습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정말 좋겠습니다. 이밖에 평소 가볍고 부담 없는 교류를 시도하며 연습하는 것은 언제나 좋습니다.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주지는 말고 대신 소규모의 모임이나 짧은 시간의 교류를 제안해주세요. 그들은 비록 느리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며 적응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