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우리 수출부진 어떻게 볼 것인가
올해 8월 20일까지 대한민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13.2%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284억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출감소는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완화 후 대면사회로 전환되면서 세계 정보통신기기 수요가 급감한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은 2% 수준이나 카트너에 따르면 ICT품목 수요는 6.3%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시장의 총수입은 6~8% 감소했으나, 반도체·컴퓨터·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가전 등 5대 정보통신기기 수입은 10~20%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 올 상반기 5대 ICT 산업의 수입은 15.7% 감소한 반면, 비ICT 수입은 4.8%하락에 그쳤다. 대중국 ICT품목 수입은 26.2%, 대한국 ICT품목 수입은 44.8% 감소했다. 중국의 ICT제품 수입도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20.6% 감소했다. 비ICT품목 수입 감소 3.7% 대비 5배 이상 급감한 것이다. 대한국 수입은 29.7% 감소했다. EU도 ICT품목 수입은 9.8% 줄어 8.5%의 감소세를 보인 비ICT품목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특히 EU ICT 수입의 49.6%를 차지하는 대중국 ICT 수입은 22.0% 감소했으며, 대한국 수입도 17.5% 줄었다.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 산업입지매력도 약화
세계 ICT시장이 위축되면서 우리의 5대 정보통신 품목의 상반기 수출도 크게 위축됐다. 이들의 수출감소는 전체수출 감소의 76.9%에 이른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개선되고 있으나 최근까지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중국에 대한 최초 무역적자도 ICT시장 부진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05년 이후 중국은 우리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었다. 2022년 우리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이고 홍콩 포함 시 55.3%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금년 7월까지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40.4%, 134억달러 감소한 197억달러를 기록했다. 올 7월까지 대중국 반도체 무역적자는 93억달러로 나타나면서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액 180억달러, 무역적자액 144억달러의 핵심 요인이 되었다. 디스플레이 센서 무선통신기기 등 다른 ICT부품을 포함했을 때 ICT품목의 무역적자는 115억달러로, 180억달러 무역수지 악화액 중 64%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의 수출부진은 구조적 측면에서도 문제다. 특히 2017년 이후 5년간 반도체 호황이라는 착시에 매몰된 사이 우리의 산업경쟁력과 산업입지 매력도 약화되면서 우리의 세계 수출시장점유율은 2017년 3.23%에서 2023년 상반기 2.62%까지 하락했다. 2000년 2.67%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제 우리 수출은 2000년대 초반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는 지난 5년간 국내 설비투자 위축, 외국인 투자유입 정체, 우리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 확대, 스타트업 성장 부진 등 다양한 요인 악화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윤석열정부 들어 개선 추세이긴 하지만 2022년 외국기업들의 국내투자 대비 우리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아직도 3.6배에 달한다. 이러한 한국의 입지매력 약화는 생산인구감소, 입법규제 남발에 의한 높은 기업규제, 높은 노동경직성, 그리고 GDP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중 세계 2위에도 불구하고 낮은 연구개발 생산성 등 복합요인에 기인한다. 중소기업의 낮은 혁신역량과 생산성 등도 한몫 거든 것으로 판단된다.
구조적으로 중장기 수출전망 밝지 않아
분명 단기 우리의 수출회복은 글로벌 ICT시장 회복 시기에 좌우될 것이다. 많은 국제전문기관에 따르면 정보통신기기 수요가 내년 상반기쯤 회복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선행 수요를 보이는 반도체 수출은 금년 10월경부터는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우리의 중장기 수출전망이 밝지 않다는 사실이다. 생산가능인구 부족 문제 해결이나 기업에 대한 킬러규제 해소 등 구조적 문제 해소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