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안전과 수목진료
우리나라에 나무의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 노거수 등의 생활권 수목을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동안 빈번하게 이뤄졌던 비전문가에 의한 농약 오남용과 수목생리의 몰이해로 인한 생활권 수목 피해를 줄이고 탄소중립 실천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뜻이 내면에 담겨 있다고 본다. 나무의사 제도 도입 당시 많은 국민이 관심과 호응을 보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배출된 나무의사는 약 1200여명으로 양적인 면으로 볼 때 비약적인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산림 수목 비해 생활권 수목 관리 소홀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산림 비중이 높다. 정부가 헐벗은 산을 상대로 국토녹화에 치중해 세계가 인정하는 국토녹화 성공국이 된 것이다. 이런 산림 수목의 비약적인 발전과 비교해볼 때 그동안 대부분 국민이 접촉하는 생활권 수목 관리에는 소홀함이 없지 않았나 생각된다.
오늘날 기후위기 대응과 생활권 수목에 대한 국민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탄소배출 증가와 국제교류 증대에 따라 수목 피해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기록으로 보더라도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91.1%로 매우 높지만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11.5㎡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인 15㎡에도 못 미친다.
이를 고려한다면 산림청에서도 '산에서 생활권까지'로 정책고객을 확대해 생활권 수목에 대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2020년 제정된 도시숲법에서 마을숲 경관숲 학교숲 가로수 등을 생활숲으로 관리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실태조사에 의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는 실정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총 주택유형의 64%가 아파트다. 아파트 등지의 생활권 수목은 열악한 환경에 심어졌기에 집중호우나 강풍에도 쉽게 넘어질 수 있다. 또한 영양상태가 부족해 병해충 피해도 쉽게 나타난다. 생활권 수목은 언제든지 인적 물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국민 안전과도 직결된다.
다행히 정부의 긴축예산 편성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산림청 예산안을 보면 '수목진료 모니터링 및 평가'를 위한 신규사업 9억원이 특별히 편성되어 있다. 다른 굵직한 사업에 비하면 큰 예산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처음 시도되는 종자돈 예산이라 생각돼 나름 의미가 있다.
수목관리의 통일된 기준과 평가 필요
지난 2018년 도입된 나무의사 제도는 유예기간 5년을 마무리하고 올해 7월부터 본격적인 제도 운영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법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등을 파악해볼 수 있는 수목 진료 업무에 대한 중앙단위의 실태조사는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생활권 수목 진료 체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수목 피해 현황 및 원인, 예방·진단·치료 실태, 수목 진료 관련 산업 동향 등 수목 관리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컨설팅을 통해 수목 관리 책임자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전국의 생활권 수목 약 3만2000곳을 대상으로 최소한 한번씩의 컨설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의 통일된 기준과 평가로 전문적인 수목 진료 체계를 구축해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분명히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