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소멸과 기후위기, 그리고 산촌공동체

2023-09-19 10:54:42 게재
김병우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은 세계 4위 산림비율(64%) 국가다. 우리는 울창한 숲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고 숲과 산림자원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휴식과 치유를 제공하는 공공재이자 공간이다. 숲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하는 작은 마을이 '산촌'이다. 산촌 주민들은 주로 임업과 농업을 통해 생계활동을 한다. 체험 숙박 등 서비스로 생계 범위를 확장하고 있지만 영세한 규모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산촌마을은 고유의 협동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 민족의 삶과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지역사회다.

지방소멸의 일번지는 농·산촌

빠른 산업화와 사회변화로 산촌 지역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다. 농·산촌의 고령화율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와 경상북도 고령화비율이 23.1%과 24.2%에 달한다. 전국 평균인 18.3% 대비 약 5%p 가량 높다. 농·산촌의 젊은 세대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산촌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방소멸의 1번지는 농·산촌이다.

산촌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산촌공동체'도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가 적은 산촌마을에서 공동체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무형의 사회간접자본(SOC)'이라 할 수 있다. 전세계가 코로나 위기에서 확인했듯 국가적 재난에서 위기대응력과 사회복원력으로 작동하는 것은 공동체성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사회적경제 예산을 삭감해 산촌공동체 지원이 크게 줄어들 상황이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2021억원의 사회적기업 예산은 786억원으로 삭감돼 제출되었다.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창출 역할을 했던 사회적기업 예산의 60% 이상을 삭감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교육 돌봄 청소 재활용 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연평균 300여개 이상 확장돼 왔다. 농·산·어촌 등 취약한 지역사회에서 취약계층의 일자리 안전망 역할을 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특히 산촌공동체사업과 같이 숲과 산촌의 열악하고 특수한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사업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숲과 인간이 공존하는 산림생태계가 있어야 다른 사람도 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산촌공동체는 국민생활의 편익 증진에 기반이 되는 사회자본인 셈이다.

산촌공동체에 정책적 지원 강화해야

2015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산림공동체사업은 산촌 지역사회 발전의 기반을 구축했고 지역공동체는 국민의 산림이용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산촌공동체 활성화사업이 중단된다면 공동체 기능의 약화로 산촌지역의 사회안전망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산촌공동체의 기반이 흔들리면 숲 치유, 산림휴양, 산림체험 등 산림복지에 대한 국민의 선택지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제도는 사회 순기능을 기대하며 출범하고 역기능의 발견으로 보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보조금의 부정수급 문제가 발생되었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보완하는 집단지성을 모아 모색해야 한다.

산촌공동체는 그 가치가 무한한 사회간접자본으로 신중히 고려하고 결정해야 한다. 오히려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산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산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산촌공동체는 가시화된 지방소멸에 대응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