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모평 수능 전망

'킬러 문항' 빠진 9월 모평, 향후 수능 관건은 탐구영역

2023-09-20 11:22:18 게재

쉬워진 수학, 국어 변별력 커질 듯 … 어려워진 탐구, 상위권 정시 판도에 영향

9월 6일 수능 모의평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9월 모평은 수능 전 마지막으로 그해 수능 출제 경향과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관심이 높은 편이었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힌 이후 수능 전까지 남은 시험이라 더 시선이 쏠렸다. 결과는 국어와 영어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고 수학의 난도가 확연히 내려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까다로운 선지를 대거 등장시킨 국어와 어려워진 탐구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번 수능 출제 경향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고3은 물론 고1~2도 살펴볼 만한 이유이다. '킬러 문항'이 사라진 9월 모평을 들여다봤다.

 


수능 모의평가는 수능을 가늠할 지표이다. 우선 상대적으로 수학이 쉽게 출제됨에 따라 본 수능에서는 국어나 탐구가 상위권에서 변별력을 발휘하는 영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수능에서 수학은 성적대를 막론하고 변별력을 발휘하는 영역이었다. 특히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이래 정시에서 자연계열 지망 학생들이 합격선이 더 높은 대학의 인문계열 전공에 지원·합격하는 '문과 침공'을 견인한 영역이기도 하다.

2023학년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을 보면 국어는 134점, 수학은 145점으로 11점 차이가 났다. 지난 6월 모평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가 136점, 수학이 151점으로 그 차이가 15점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 9월 모평에서 두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크게 줄었다(그래프).

◆영향력 커진 국어·탐구 = EBS가 10만7459건의 채점 결과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국어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각각 142점 143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위권에서 수학이 아닌 다른 영역, 그중에서도 국어와 탐구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수능에서 응시자 집단이나 출제진 등에 의한 변수가 작용할 수는 있지만 큰 틀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수능과 9월 모평을 연결해 전후 흐름을 보면 고3은 물론 고1, 2도 수능 출제 경향을 확인하며 학습 계획에 참고할 수 있다.

9월 모평을 두고 수학의 변별력을 국어가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는 9월 모평 분석 자료에서 "최상위권의 경우 학생들이 까다롭게 느낄 수 있는 문제를 다수 배치한 국어가 수학에 비해 변별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다. 지난 2023학년 수능에서 수학의 표준점수가 국어보다 높게 책정됐지만 2022학년 수능에선 국어 표준점수 만점(149점)이 수학(147점)보다 2점 높았다.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부터 국어는 상대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편이었다. 수학의 경우 난도가 높아지면 사교육 팽창으로 즉시 이어지는 등 부담이 있다. 반면 국어는 사교육의 영향력이 적고 사교육에서의 단기간 훈련으론 성적 상승효과를 보기 어려운 과목으로 평가 받는다. 때문에 국어에서 상위권 변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난도가 높아졌다는 해석이 많다. 올 수능에서는 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져 수학에서 만점자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도 상당해 국어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9월 모평 국어 등급 컷은 큰 변화가 없다(표). 선택 과목이 도입된 2022학년 수능부터 최근 9월 모평까지 국어 표준점수 등급 컷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된 2023학년 수능 외에는 1등급은 130~131점, 2등급은 124점 등 등급 컷이 거의 같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실제 난도가 급상승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본 수능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선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9월 모평 국어에서 출제 경향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국어 오답률 상위 문항은 비문학, 즉 독서 영역이 많았다. 경제나 과학 등 까다로운 주제의 긴 지문을 출제하면서 여러번 논란이 됐다. 일부는 '킬러 문항'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9월 모평에선 비문학 지문이 짧고 쉬워졌다. 반면 문학은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출제됐다.

선지를 까다롭게 구성한 것은 문학뿐만이 아니다. 김동욱 메가스터디 강사도 "독서 영역조차 선지가 까다로웠다. 전반적으로 EBS 연계 체감률도 높아져 지문은 익숙한데 답을 찾지 못한 학생도 상당했다"고 평했다.

이 같은 국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확한 독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문항이 요구하는 내용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1, 2의 경우 문학 학습의 양과 질을 늘리는 것도 시도할 만하다. 문학 문항의 난도가 과거에 비해 다소 상승했고 EBS 체감 연계율 또한 높아진 만큼 교과서와 EBS 교재의 주요 작품을 읽어보라는 조언이다. 김용진 교사는 "다양한 출판사의 교과서에 중복 게재된 작품들은 살펴두면 좋다. 이때 해당 작품을 다룬 수능·모평 기출문제를 함께 확인하며 수능형 문제에 익숙해지길 권한다"고 말했다.

◆과탐Ⅱ, 서울대·의대 당락 좌우할 수도 = 이번 9월 모평에서도 가채점 결과 과탐Ⅱ의 표준점수가 매우 높게 산출됐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예상한 표준점수 최고점은 '물리학Ⅱ' 81점, '화학Ⅱ' 80점, '생명과학Ⅱ' 84점, '지구과학Ⅱ' 90점이다(표 3). 보통 과탐 표준점수 최고점은 60점 후반에서 70점 초반에 형성되는데 올해 경기도교육청의 전국연합학력평가(4월 모평)에서 '물리학Ⅱ'를 제외한 3개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00점에 달해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어 평가원의 6월 모평에서도 과탐Ⅱ 표준점수 최고점이 86~96점으로 산출됐다. 수능에 가까워질수록 최고점이 낮아지고 있지만 다른 과목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사실 대다수 대학은 탐구를 반영할 때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한다. 변환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도와 응시자 집단의 수준에 따라 발생하는 표준점수 차이와 선택 과목 간 유불리를 보정하는 것으로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활용해 보정한다. 6월 모평에서 '생명과학Ⅰ'과 '생명과학Ⅱ'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24점이었지만 2023학년 고려대 탐구 변환 표준점수식으로는 '생명과학Ⅱ'는 71.5점, '생명과학Ⅰ'은 66.97점으로 4.53점 차이로 격차가 준다. 때문에 입시에서의 실질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상위권일수록 1~2점 혹은 한두 문제로 당락이 갈리며 자연 계열에서는 과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과탐Ⅱ의 높은 표준점수가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할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서울대의 경우 의예과 등 자연계열 최상위 모집 단위 합격자는 과탐Ⅱ 선택자가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영구 서울 선덕고 교사는 "변환 표준점수로 조정해도 편차가 워낙 커 자연계열 상위권에서 과탐Ⅱ의 영향이 상당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장지환 서울 배재고 교사는 "국어와 과탐, 그중에서도 표준점수가 높은 과탐Ⅱ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이 자연 계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탐Ⅱ에 가려졌지만 사탐 역시 주목할만하다. 2022학년 수능과 달리 2023학년 수능에서는 사탐 난도가 높아지면서 과탐과 비교해 백분위와 표준점수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번 9월 모평의 표준점수 최고점도 지난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사탐의 난도가 높아지면 표준점수가 상승해 과탐 성적과의 격차가 준다. 정부의 기조상 앞으로도 사탐은 현 경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2022학년 수능에서 사탐 9과목과 과탐 8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평균 5점이 넘었다가 2023학년 수능에서는 평균 1.5점으로 좁혀졌다. 지난 6월·9월 모평은 과탐Ⅱ 표준점수가 급등해 다시 전체 평균 차이가 벌어졌지만 사탐 9과목과 과탐Ⅰ 4과목 평균만 따로 비교하면 사탐 평균이 0.97, 1.67점 앞선다. 이번 수능에서 '과탐Ⅱ'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나 지원자 수가 사회·과학탐구 응시자(49만1713명) 중 4.2%(2만889명)에 불과하고 이 중 높은 표준점수를 활용할 수 있는 1등급에서 2등급 초반대는 10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N수생' 급증, 수능 이후 신중히 접근해야 = 탐구는 수시에서는 영어와 함께 최저 기준 충족의 관건으로 꼽히며 정시에서도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특히 현재 과탐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올 수능 응시생(50만4588명)은 전년 대비 3442명 줄었지만 과탐Ⅱ 응시자는 2만889명으로 전년 대비 4900명 늘었다. 과탐Ⅱ의 표준점수가 높게 형성된 것이 그 이유로 꼽힌다. 때문에 고1~2 중 의대 등 최상위권 대학·전공을 희망하거나 영재학교·과학고에 재학 중인 경우 과탐Ⅱ 응시를 적극 검토한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표준점수는 응시자 집단의 특성에 기인한다. 서울대가 2024 정시부터 자연계열 지원 시 과탐 'Ⅰ+Ⅰ' 조합을 허용하면서 과탐Ⅱ에 응시했던 상위권이 상당수 이탈했다. 중하위권은 그대로이나 상위권은 극소수만 남아 있다 보니 평균과 등급 컷은 낮은 반면 표준점수는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 수능에서 과탐Ⅱ를 선택했던 상위권 졸업생 다수가 2024 수능에서 과탐Ⅱ 응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낮은 1등급 컷과 표준편차로 최저 기준 충족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응시한 중하위권도 일부 있지만 Ⅱ과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커 실제 지원자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모평에 비해 졸업생 응시자가 늘어난 9월 모평에서 과탐Ⅱ 표준점수 최고점이 하락한 것을 볼 때 수능에서의 결과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탐구가 졸업생과 재학생의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사탐 역시 최대치를 기록한 졸업생 응시자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김기수·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