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거 관행으로 기후위기 재난 대비할 수 없다
전 지구적으로 이상기후가 확대되며 준비되지 못한 국가들은 큰 피해를 겪고 있다. 9월 11일 발생한 리비아 대홍수 사망자는 16일(현지 시각) 1만1300명을 넘어섰다. 리비아정부가 둘로 나눠져 댐 붕괴의 사전경고가 무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이상기후에 대처하지 못한 결과임은 분명하다.
이상기후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에도 국지성 폭우로 인한 오송 지하차도 피해자 14명을 포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 사망자는 50명을 기록했다(이는 '순직'으로 분류된 해병대 수색대원 등은 제외된 숫자다). 정부와 언론은 올해의 피해를 기록적이고 이례적인 홍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이는 무책임한 태도다.
지난해 8월에도 서울 서초구 강남구 일대에 시간당 141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사흘간 집중호우로 19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고, 9월에는 태풍 힌남노로 지역적으로 시간당 70~100mm가 넘는 강수량과 사망·실종 12명을 기록했기 때문에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홍수로부터 시민 생명안전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한지 한달 만에 5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에 대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재난관리 체계나 정부정책 방향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필요하다.
위험파악 실패한 기관들의 각자도생
오송 지하차도참사나 예천 산사태는 극한기후에 대한 시뮬레이션까지도 필요없이, 극한호우를 가정하고 조사했더라면 사전에 위험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실패는 일선 담당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역량과 경험이 부족한 자치단체에 "호우에 대비해 취약지역을 점검하라"는 막연한 공문 하나 보냈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이란 기존 관행들을 답습하기에 기후위기 재난 대비를 위해서 중앙정부는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단체장도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
막연하게 담당자의 정신력만을 강조하게 되면 결국 "우리 관할이 아니다"는 책임회피만을 가져올 뿐이고, 정부 기관들마저 각자도생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희생양을 찾고 빨리 잊는 과거 방식 대신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실제 위험에 근거한 구조기준이나 계획도 필요하다. 홍수대비 빗물 펌프장 등 시설물이나 각종 계획의 강수량 기준은 30~50년 빈도인데, 과거 빈도는 오늘날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에 확대가 필요하다. 산사태 지역을 복구할 때도 그 위치 그대로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홍수·산사태 위험을 재평가해서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눈앞의 콘크리트 구조물 강화보다는 '기후재난 회복력'을 염두에 둔 정책이 중요하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도 공식문서에서 '저류지를 확보하여 평상시에는 공원으로 이용하는 도시계획 차원의 접근'을 강조한다.
기후위기 재난 종합관리계획 수립해야
기후위기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는 이례적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재난들도 일상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과 선진국도 기후재난 위험평가와 대응 계획을 포함한 기후위기 재난 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계획들이 재난관리시스템과 연계되어 실제 작동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우리가 유념해야 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