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인류운명공동체가 '중국 방안' 그 이상이려면

2023-10-12 11:56:58 게재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9월 26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함께 손잡고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하자 - 중국의 이니셔티브와 행동' 백서를 발표했다.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대외정책의 주원칙으로 제기한 이래 10년만이다. 이 백서에는 지난 10년간 시 주석이 제안했던 다양한 외교개념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다소 철학적 질문에 대한 체계적 이론작업을 시도했다. 시대적 역사적 질문에 대해 중국식 해답, 중국적 방안을 제시했다. 인류의 이익과 책임을 모두 녹여 '운명'으로 풀어냈다. 시 주석 개인의 관심과 비전을 정책담론으로 풀어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이면에는 중국의 다목적 의도와 중국적 한계 또한 자리한다.

전지구적 도전에 대해 전지구적 대응이 필요한 신시대, 인류운명공동체가 신이념으로 소환되었다. 지속적 평화의 세계, 보편적 안보의 세계, 공동번영의 세계, 개방·포용의 세계, 청결하고 아름다운 세계 등 총 5개의 세계 구상을 소개했다. 신형국제관계를 새로운 질서, 일대일로를 추진 플랫폼, 글로벌 발전·안보·문명 이니셔티브를 이론체계로 삼는다. 종합국력에 기반을 둔 높아진 국제위상과 중국식 현대화로 대변되는 체제적 자신감이 그간 중국의 수세적 외교를 자국의 가치 제도 문화가 투영된 공세적 외교로 전환했다.

나아가 인류운명공동체는 서구 중심 세계질서를 재편하고자 한다. 세계화를 전제로 미국의 탈세계화에 제동을 걸고 다자주의 질서를 구축하고자 한다. 미국의 대중 견제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을 가진다. 국제사회가 서로 협력해 이익을 나눈다는 지향점은 명분상 거부하기 힘들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운 미국과 비교해 그동안 뒤쳐진 가치 영역에서 중국적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서방 이념과 가치 극복 위한 중국식 승부수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어쩌면 중국외교의 가장 큰 태세 전환이다. '중국몽'이 대내적 비전이라면 인류운명공동체는 '인류몽'으로서 대외적 비전이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조화세계가 시진핑 시기에 와서 인류운명공동체로 확장되었다. 서구 중심 세계질서와 서방 이념과 가치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비전 승부수다. 중국의 대외적 공동부유로서 신형국제질서 수립을 위한 포석이다.

다만 도전요인들도 적지 않다.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은 자국 중심성이 강하다. 추진주체는 누구인지 주도권 관련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중국이 주도한다면 과거 중화질서의 재현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중국식 체제와 메커니즘을 수용할 수 있는 국가들이 많지 않다. 중국적 가치와 제도는 보편적으로 수용되기 쉽지 않고 중국식 외교가 세련되지 못해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백서는 전세계 국가들이 각각 190여척의 크고 작은 배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같이 하는 한척의 큰 배에 같이 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 선장은 누구인가? 만약 미국이 방향타를 잡으려 한다면? 그럴 때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 있어 1/n 지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인류운명공동체는 그 어떤 강대국도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충분히 외교적 인류적 선언적 가치를 가진다. 이에 중국외교에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공약수를 극대화해야 한다. 시 주석은 인류운명공동체는 제도와 문명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제도 이념 역사문화 발전수준이 다른 국가들간 이익의 공생, 권력의 분배, 책임의 분담이란 최대공약수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세계의 여러 다른 문명의 특징 특색 특장을 포함해야 한다.

다른 문명의 특징 특색 특장 포용 포함해야

둘째, 중국이 좀 더 이익을 나누는데 기여해야 한다. 중국은 강대국으로서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야 한다.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길게 보아야 한다. 중국외교가 강조하는 의리관(義利觀)에서 '의'가 '리'보다 앞인 만큼 명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셋째, 이론체계를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인류운명공동체는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신시대 인류문명 발전방향에 대한 중국 의지의 표현이다. 교역투자 과실을 공유하는 경제적 이익공동체, 지역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책임공동체, 국민 간 소통으로 교류를 넓히는 인문공동체의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협력대상국들과 맞춤형 공동체를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인류운명공동체를 전체적으로 전면적으로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면 중국식 해답과 방안을 넘어 인류적 해답과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