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검토에 여당도 '힘싣기'

2023-10-17 11:00:40 게재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야 "좋은 정책" 환영 … "섬세함이 관건인데… " 우려도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당도 강한 추진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야당들은 정부여당의 진정성을 짐짓 가늠해 보면서도 "모처럼 좋은 정책"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17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맨 처음에 거론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현재와 미래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의사 수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역대 정부의 정원 확대 정책을 계속 반대했고, 이번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면서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라는 의협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 서비스 상황이나 미래 의료 추세를 보면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 의료 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은 정부여당이 의료계와 언제든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번만큼은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구체적인 정원 확대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윤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정원 확대) 숫자는 논의되고 있는 것이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숫자를 박아 보도한 사례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윤석열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우리나라 등록 의사 수 13만명 중 약 4만명이 성형외과에서 일한다. 의사 수만 늘리면 성형외과, 피부과에 더 몰려들고 필요한 필수 공공·지역 의사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인 국립보건의료전문대 설치, 지역 의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처럼 정부가 좋은 정책을 발표한다고 하고 여야 모두 찬성하니 국민과 미래를 위해 더 좋은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 협의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희서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정의당과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주장했던 사안"이라면서 "의사 수 부족으로 의료체계의 붕괴 신호가 심각함에도 의사협회와 정부의 밀실관계로 의대정원 확대가 지연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이 여권의 국면전환용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는 경계감도 함께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반드시 지역 공공의대 설치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 "정부는 정치적 노림수가 아니라 의료 서비스 수요 급증 추세에 발맞추며 공공의료를 확대하는 방향에서 의대 정원 확대, 의사수 증원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정치적으로 여러 함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선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단 여권 입장에선 일반 국민들의 지지가 높은 정책을 내세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전통적 지지층인 의사들의 미움을 살 수 있다는 위험이 상존한다.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방식으로 갈 경우 지금도 넘쳐나는 성형외과·피부과 의사를 늘리자는 거냐는 비판은 물론 의대 입시를 노린 사교육만 부추겼다는 비판까지 받을 수 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선을 앞두고 선거를 전제해서 말하자면 여당에게 썩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 문제가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환영입장을 밝힌 야권도 고민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해 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책 추진의 '섬세함'을 기대할 수 있는지 신뢰감 측면에서 갸웃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전날 내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사안이기도 하고 여권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숫자만 늘린다고 다 되는 게 아니고 정말 필수의료 쪽으로 의사가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섬세함이 필요한데 정부여당이 어느 정도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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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박준규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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