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한반도 평화를 원하면 외교를 준비하라"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억지력 위주 대북정책 한계 지적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세요. 하지만 외교에도 힘써야 합니다"
미국 클린턴·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반도 군축 등 대북정책에 관여해 온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억지력 강화'만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하기 어렵다며 "지금이 외교를 새롭게 추진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17일 브루킹스연구소가 로버트 아인혼 선임연구원의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지난 6일 전남 신안에서 열린 '2023 김대중평화회의'(사진)에서 주제발표문으로 공개된 것으로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한 내용이다.
로버트 아인혼 선임연구원은 발표문에서 "그동안 북한의 위협에 대한 동맹국의 주된 대응은 집단적 억지능력을 강화하는 것이었고,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국빈방문시 채택된 워싱턴선언과 최근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회담에서 국방 협력을 강화했다"며 "동맹국들은 억지력을 우선하면서도 외교적 참여를 지향해왔으며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거부해 외교가 부재한 현재 상황은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인혼 연구원은 "지금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외교를 새롭게 추진해야 할 때"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계속 고수해야 하지만 지금은 가장 즉각적인 위협, 즉 핵 수준으로 고조될 수 있는 의도적이거나 우발적인 무력 충돌의 위험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 뒤 "미국과 한국은 당분간 비핵화를 제쳐두고 북한에 접근해 신뢰구축, 투명성, 소통조치 등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의제에 집중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사고, 오인 또는 오산으로 인한 무력충돌의 위험을 완화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양자, 3자 또는 6자회담 참가국으로 이루어진 다자간 지역회담 형식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인혼은 "억지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외교가 수반돼야 한다"며 "지금은 한반도에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고 중요한 목표를 가진 외교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