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쿄전력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항소 이유서
부산에 사는 시민 16명은 '일본 도쿄전력홀딩스를 상대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말라'(해양방류금지 청구)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부산지방법원은 2년 4개월이 흐른 8월 소송을 각하했다.
원고측은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런던협약을 더 강화한 '런던의정서'와 사용후 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 안전에 관한 공동협약(이하 공동협약), 그리고 우리 민법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해 우리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원심은 원고측이 제기한 이들 준거법에 대해 아무런 판시없이 재판규범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러한가. 도쿄전력의 해양방류는 30여년 이어질 것이라고 발표됐다. 이런 행위는 우리의 삶과 실질적 관련성이 없나.
그렇지 않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헌법), 생물이나 무생물 등 천연자원의 탐사 개발 보존 및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권적 권리(배타적경제수역법)가 침해되거나 침해될 위험이 있다.
런던협약·의정서 무시한 오염수 방류
런던의정서(1996년)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고자 국제사회가 합의한 런던협약(1972년)을 더 강화한 것이다. 런던협약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등 7가지 물질을 해양투기금지 물질로 규정했다. 런던의정서는 거꾸로 준설물질 등 8가지를 제외한 모든 물질의 해양투기를 금지했다.
러시아 해군이 핵잠수함 폐기물을 동해에 버리다가 적발된 사건(1993년)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그밖의 방사성물질에 대한 해양투기금지로 이어졌고, 협약이 의정서로 강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일본도 힘을 더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원전오염수 방류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12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듯 IAEA 검증과정에는 생물학자나 생태학자 참여가 없었다.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안전하다고 하는 일본 주장에 대해 충분히 희석되었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해양생물과 환경,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IAEA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일본이 바다에 버리는 알프스 처리수는 방사성 물질이다. 2021년 4월 일본정부는 '도쿄전력 알프스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방침'에서 "탱크에 보관 중인 물에 대해서도 '방사성 물질'로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고 적시하고, 이를 알프스로 정화해도 방사성 물질이 저감될 뿐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오염수를 음용수나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다.
가나자와대학교 등 일본 3개 대학 공동연구팀의 연구논문(2018년 8월)에 따르면 이 방사성 물질을 후쿠시마원전 앞바다에 버리면 해류를 타고 약 1년 후 대한민국 배타적 경제수역에 도달한다.
생물·생태학자 참여 없는 안전검증
해양환경을 보존하고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강화해 온 약속과 조치들은 일본의 원전오염수 방류계획과 실행 앞에 판단의 준거틀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온갖 오염원을 바다에서 처리하려는 욕망의 상자를 열어 제친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으로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