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쓰나미 경고' 잇따르는데 … '인요한 카드' 통할까

2023-10-23 10:42:05 게재

대통령 지지도 하락·김승희 자녀 학교 폭력·경제 침체 징후 잇따라

총선 전망 '암울' … 정치 경험 미미한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권에 내년 총선에서도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 신호가 잇따른다. 국민의힘은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리는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앉혀 위기를 돌파한다는 구상이지만, 정치권 경험이 미미한 인 교수가 중병을 앓고 있는 여권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교수 |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64) 연세대 의대 교수가 발탁됐다. 사진은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초청강연에서 인 교수와 김기현 대표가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21대 총선만큼 힘들 것" =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권에는 이후 열흘동안 더욱 심각한 징후들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30%(한국갤럽, 17∼19일 조사,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30%를 찍은 건 지난 4월 이후 6개월만이다. 총선 승패를 좌우할 서울(25%) 20대(24%) 30대(16%) 중도층(24%)에서 더욱 저조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내년 총선 전까지 최소 40%대로 반등하지 못한다면 총선은 '정권심판' 민심이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지금 민심대로라면 (여당은) 수도권에서 21대 총선만큼도 (의석을) 얻기 힘들 것"이라며 "민심은 자꾸 경고를 보내는데, 윤 대통령은 바뀔 의사가 없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 폭력 의혹도 총선 여론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전 비서관은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꼽힌다. 김 전 비서관 초등학생 자녀는 1년 후배를 때려 '전치 9주' 상해를 입혔는데, 징계 처분이 너무 가볍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은 "김 비서관 부인은 남편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로 교체해 학부모와 선생님들에게 권력을 과시했다. 대통령 부부를 가까이서 보좌하는 실세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데, 누가 감히 김 비서관 딸을 '강제 전학' 시킬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 비서관의 초등학생 자녀가 '전치 9주'의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점 △학폭위가 가해자 부모가 요구한 전학 대신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학급 교체 처분을 내린 점 △김 전 비서관이 김 여사 측근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의 정치적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경제 침체 징후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가 정면충돌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다. 국내 물가를 뒤흔든다. 국내외 금리도 오름세다. 빚더미에 올라타있는 가계와 기업 모두 고금리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7개월만에 2400선이 무너졌다. 윤 대통령 국정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17%)가 가장 많이 꼽혔다. 경제 침체가 총선 민심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 교수가 히딩크 역할 가능?" = 총선을 반 년 앞두고 여권을 향한 '쓰나미 경고'가 잇따르는데, 여권의 대응은 여유롭다 못해 한가한 모습이라는 비판이다. '김기현 체제'를 유지하기로한 여당은 23일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인 교수는 19세기 미국에서 온 선교사 유진 벨의 증손자로, 2012년 대한민국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귀화 1호 주인공이 됐다. 인 교수는 그동안 수차례 보수정치권 주변에서 얼굴을 비쳤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선대위와 인수위에 참여했다. 지난 8월에는 국민의힘 친윤의원 모임 '국민공감' 초청 강연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내년 총선에서 연세대가 있는 서대문갑에 출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혁신위는 그 위원의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자율적·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인 교수에게 혁신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 교수가 정치 경험이 미미한 의대 교수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서 "인 교수가 히딩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거기에 성패가 달려 있다. 국내 축구인과 지연, 학연, 파벌이 없던 히딩크가 우리 축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다만 그는 축구 감독을 업으로 해온 축구 달인이었다. 인 교수는?"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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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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