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년 지난 '대형마트 의무휴업규제' 점검할 때

2023-10-24 10:41:15 게재
정연승 단국대 교수, 서비스마케팅학회장

2012년 '골목상권'이라 불리는 중소유통보호 목적의 대형마트 의무휴업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지금은 온라인유통이 소매업의 최강자로 자리잡았고 새벽배송 당일배송 퀵커머스 등이 하루가 멀게 진화하고 있다. 게다가 편의점 식자재마트 개인대형수퍼마켓은 소매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성장했다. 유통채널이 스스로 혁신적 변화를 이루어낸 상황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낡은 규제정책이 존속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논란 속에도 강행되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규제)이 그간 이루어낸 결과를 살펴보면 골목상권이 나아지고 중소유통이 보호되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데이터가 제시된 적이 없다.

반면 규제로 나빠진 것을 들자면 첫째,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으며 불편을 초래해 소매업 궁극적 가치라 할 수 있는 소비자후생을 감소시켰다.

둘째,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수천개 중소 납품업체와 농어민, 대형마트 내 입점한 수만명 자영업자인 임대상인들 삶을 힘들게 했다는 점은 수치를 제시할 필요도 없다.

셋째, 최근 신용카드 빅데이터 조사결과에 의하면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 주변상권을 위축시켜 소상공인들 매출도 하락시켰다. 대형마트는 최근 5년간 37여개의 점포를 폐점하며 일자리 감소, 상권 위축 등을 일으키고 있다.

유통채널 스스로 혁신적 변화 이뤄내

이 규제는 10년 동안 중소유통 보호라는 목표 아래 대형유통뿐만 아니라 소비자 납품업체 임대상인 등이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구조다. 그런데 중소유통 보호 효과까지 없다면 이 규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었을까. 실제 규제가 시행된 2012년과 10년 후인 2021년의 소매업태별 매출을 통계청 자료로 비교해 보면 대형마트는 34조원 그대로인데 온라인은 대형마트 전체 매출의 1.5배에 달하는 46조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113조원으로 대형마트의 3배에 달한다. 반면 중소유통 소상공인 매출은 15조원 감소했다. 이 기간 시장점유율도 대형마트가 2.7%p, 중소유통소상공인이 15.6%p 감소한 반면 이커머스는 무려 15.9%p나 증가했다.

현재 대형마트 업계는 3가지 규제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에 온라인배송을 금지한 규제 개선, 준대규모점포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기본적으로 자영업자에 해당하므로 규제대상에서 제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로 강제한 것을 지역상권 특성에 맞게 지자체장 자율로 개선 등이다.

최근 대구 청주에선 평일로 전환해 지역상권 활성화의 긍정 효과를 보고 있다. 사실 의무휴업 규제는 지난해 대통령실의 국민제안 여론조사에서 1위로 선정돼, 국무조정실 규제심판 1호 안건으로 상정되고 대중소유통 상생협의를 거쳐 국회 법안처리까지 추진됐지만 야당 반발로 최근 무산됐다.

낡은 규제만 고집하는 건 바꿔야

유통구조 소비형태 경쟁관계 등 모든 것이 변했는데 낡은 규제만 고집하는 것은 이젠 바꿔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 정부는 유통정책에 있어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을 중시하며 대형마트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유통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내수시장 확대와 같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