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문화 청소년을 한국에 스며들게 하자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해 힘과 기술을 겨룬 스포츠 체전인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0월에 있었다. 어디를 가나 쉽게 다문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요즘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누구를 응원할까'라는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들이 자신의 모국을 응원하는 것이 당연지사임에도 같이 한국을 응원해 줬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지난해 필자가 몸담은 다문화 청소년 기술 대안학교인 다솜고등학교 1학년, 3학년 재학생 형제의 부친이 건설현장에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조문을 가게 됐는데, 베트남 출신 모친은 한국인 남편의 사망에 더해 본국으로 강제출국까지 걱정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5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식당 일을 하면서 귀화시험을 준비했지만 면접을 통과하지 못해 국적취득 전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녀의 자녀들이 '15세 이상 중도 입국 다문화 청소년'이기 때문에 외국 국적의 모친이 귀화시험에 합격해야만 자녀들도 귀화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혼이민자 한국 진입장벽 너무 높아
한국에서는 결혼이민자에게 자동으로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다. 귀화시험도 매우 까다로워 연간 합격자수는 1만여명 수준에 머문다. 한국 국적취득을 못 하면 학교를 졸업해도 취업할 수가 없고, 학생비자로 바꿔 대학에 들어가야 계속 체류가 가능하다. 만약 국적취득 없이 부모가 이혼하거나 외국 국적의 부모가 사망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기회조차 없어지고 체류자격 연장도 힘든 상황이 된다. 종종 학생상담 시간에 "제발 우리 엄마가 귀화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듣는 연유다.
이렇듯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에게 국적취득은 힘들고 요원한 일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부모의 본국에서 성장하다 한국에 들어온 '중도 입국 다문화 청소년'의 경우 13세 이후 들어온 아이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들 중 19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던진 '한국 국적취득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절반 정도가 잘 모르겠다거나 안하겠다고 응답했다. 중도 입국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한국은 아직 따뜻한 포용의 손길을 내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문화 청소년은 한국 사회가 품고 함께 가야 할 구성원들이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 태생에게는 한국어교육을, 국내 출생 다문화 청소년에게는 영어교육을 제공하며 취업이나 진학할 수 있는 기술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국적취득이 필요한 경우 관련 교육을 제공하고 한국 사회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문화 체험과 인성교육도 겸비하는 촘촘한 교육계획이 필요하다.
다솜고등학교는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고등교육기관 진학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증가하는 다문화 인구의 교육수요를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적취득 완화와 폭넓은 교육기회를
내년부터 한국폴리텍대학이 '다문화 청년 특화 직업훈련과정'을 운영한다고 한다. 다문화 가족에게 모처럼 내린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들이 한국에 뿌리 깊은 나무로 자라기 위해서는 햇살처럼 꾸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다문화 청소년과 가족이 한국에 시나브로 스며들도록 국적취득 기준 완화, 폭넓은 교육 기회와 세밀한 직업교육 제공 등 정부와 학교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