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양도제한조건 주식보상의 필요성

2023-10-27 11:14:03 게재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재작년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상장 직후 대량 매도해 논란이 된 이후 대안으로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이 떠올랐다. 애플이나 메타와 같은 미국기업들은 임직원 보상수단으로 RSU를 이미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한화그룹이 최초로 임원보상 수단으로 RSU 보상제도를 도입했다. 사장과 전무급을 대상으로 일정 수량의 주식을 부여하되 실물 주식은 7년 또는 10년 후에 받는 조건이다. 쿠팡도 배송기사, 물류센터 상시직 등을 포함해 직원당 약 2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을 부여했다. 직원이 1년을 근무하면 50%, 2년을 근무하면 100%를 부여하는 조건이다.

스톡옵션보다 더 매력적인 양도제한조건부 주식보상

RSU 보상은 미래에 특정 조건이 만족되면 정해진 수량의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스톡옵션이 특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받는 반면, RSU는 실제 주식을 받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경영자는 주가의 변동과 관련없이 실제 주식의 가치를 향유할 수 있지만 5년에서 10년 정도 장기간 의무적으로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장기적으로 근무할 유인이 생길 뿐만 아니라 단기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성과창출에 집중할 수 있다.

경영자 보상은 경영자와 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먼저 경영자에게 RSU를 부여하면 보상과 기업성과 간의 민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경영자는 미래주가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 또한 주식보상을 하면 경영자 보상체계가 단순해져 경영자들은 왜곡이 가능한 성과지표 아닌 기업가치 제고에만 집중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경영자가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을 유인을 제공한다.

RSU는 자기주식을 취득해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규제가 거의 없고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도 가치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스톡옵션보다 더 매력적이다. 아울러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대주주를 포함한 임직원 누구에게나 부여할 수 있고, 수량에도 한도가 없다. 또한 글로벌 ESG 평가기관들도 기업이 경영자와 주주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주식보상을 얼마나 제공하는지 평가에 반영한다.

2017년 영국 하원의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경영자에 대한 장기성과급이 성과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단기적인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경영자 보상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매도할 수 있는 주식으로 교체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2018년 영국은 기업지배구조법을 개정해 회사가 경영자 퇴임 후 의무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요건을 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주식 보유기간도 최소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한국 실정에 적합한 주식기반 보상제도를 도입해야

우리 현실에 맞는 RSU 보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행 RSU 보상은 스톡옵션과 달리 세제혜택이 없고, 관련된 임원 보상 공시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대주주가 이 제도를 경영세습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영자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성과에 관계없이 받는 경영자 연봉을 감하고 주식으로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면 심각한 정도의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경우 부여한 주식을 회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벤처 활성화를 위해 성과조건부 주식제도 특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RSU에 대한 명시적 근거 규정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기업도 RSU 보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