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洞)에 부는 새로운 물결 '생활정부'

2023-10-30 11:00:48 게재
송민철 광주 서구 자치행정국장

10월 29일이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33년 전 지방자치 전면 실시로 중앙정부 권한과 사무 등이 대폭 지방으로 이전했다. 27일 열린 중앙지방협의회에선 지자체 조직 신설 등을 다루는 자치조직권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놀라운 변화다. 제도와 사무 정착만큼이나 주민 요구도 날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인구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감성적 접근도 한층 중요해졌다. 이런 요구에 적극 대처하려면 동 행정복지센터 기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역할 중요한 동 행정복지센터 강화해야

민선 8기를 맞은 광주 서구는 복지 등 행정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동 행정복지센터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생활정부' 개념을 도입했다. 먼저 18개 동을 △함께하는 생활권 △성장하는 생활권 △살기 좋은 생활권 △행복한 생활권 등 4개 권역으로 분류했다. 또 권역별로 변화를 선도할 거점동과 3~4개 연계동으로 묶어 협업체계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동의 문화(소프트 파워)를 바꾸는 데에 초점을 뒀다. 주민과 함께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데는 친절이 매개 고리다. 곧바로 우리 모습을 진단했다.

지난해 10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18개 동 친절도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평균 점수 67점으로 전국 관공서 평균인 70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동마다 동장과 팀장이 친절매니저로 활동했고 자체적으로 직원 대상 친절교육을 실시했다. 민원인을 위해 명찰을 패용했고 민원실 환경도 바꿨다. 6개월 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4월 모니터링 결과 평균 87점. 상위 7개 동은 9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다. 친절을 통한 감성적 교류를 바탕으로 주민과 소통을 강화했다.

18개 동을 순회 방문하는 '내 곁에 구청장실'을 운영했다. 구청장 주민간담회는 여느 지자체나 한다. 서구는 접근을 달리했다. 주제별 모임별로 그룹을 나눠 10~20명의 주민들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분임토의 방식'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모두 79차례 모임을 했다. 여기서 나온 결과물로 18개 동에 정체성을 입혔다. 동의 역사 환경 문화 등을 반영한 마을 BI(Brand Identity)를 개발한 것이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추진하던 마을사업에서 벗어나 각 동의 색깔에 맞는 사업을 발굴해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동천동이다. 이곳의 BI는 '다독다독 책 마을'이다. 학생이 많이 사는 동 특성을 반영했다. 책을 주제로 내 생애 첫 책 선물, 책 마을 극단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 중심의 생활행정 새물결 일어나

지속가능한 소프트 파워를 만들기 위해 인사 제도(하드파워)를 개선했다. 동장이 국장으로 승진하는 발탁인사를 통해 동 행정복지센터 중요성을 제도화했다. 그동안은 구청이 중심에 있고 동 행정복지센터가 보조역할을 했다. 이런 틀을 바꿔 구청이 동 행정복지센터를 지원하는 행정체계를 만드는 게 생활정부 목표 중 하나다.

생활정부 개념은 민선 8기를 거치면서 내용이 한층 풍부해질 것이다. 동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소프트파워와 하드파워의 폭과 깊이가 더해질수록 지방자치가 완성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동을 중요시하고 동을 중심으로 주민이 감동하는 생활행정을 펼치고 있다. 동에서부터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는 그것이 바로 광주 서구가 지향하는 생활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