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혼자서도 여행하기 좋은 서울'을 위한 제언
지난해 10월 여행업계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10월 1일부터 입국자의 유전자증폭검사(PCR) 의무가 폐지된 것. 앞서 6월부터 해외입국자 대상의 자가격리 의무가 해제됐으니 여행객에게 남았던 마지막 코로나19 방역 조치까지 사라진 것이다.
올 8월을 기준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09만명으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총 655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57%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런데 요즘 주요 관광지의 외국인 여행객들을 살펴보면 코로나 전과 사뭇 다른 풍경이 눈에 띈다. 바로 1인 여행객이나 2~4인 단위의 소규모 여행객들이 많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 3년을 겪으며 단체보다는 소규모 여행의 선호도가 증가했고, 여행객들의 취향도 다양해진 만큼 개인의 여행 스타일에 따라 여행을 즐기는 소위 '혼행객'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월 서울시 400여명의 관광업계 종사자가 모인 서울관광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1인당 지출액 300만원, 체류일 7일, 재방문율 70%를 목표로 하는 '3·3·7·7 서울관광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10가지 약속을 발표했는데 이중 첫번째 약속이 바로 '혼자서도 여행하기 편한 도시 만들기'이다.
글로벌 관광객들이 혼자서도 불편함 없이 서울을 여행할 수 있도록 지하철 무제한 자유이용권, 캐리어 배송·보관 서비스를 확대하고, 첨단 스마트관광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혼행족 존중하는 문화 만드는 게 중요
최근에는 ICT 기술 기반의 관광 스타트업이나 여행 서비스가 혼행족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혼행의 불편함을 줄여주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1인 여행객도 여행상품 정보를 찾고 예약할 수 있는 여행 플랫폼 서비스, 택시 호출 서비스, 환전이 필요 없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여행객을 위한 음식점 메뉴 번역 서비스 등이 그 예다. 서울시에서 이러한 서비스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더욱 많은 영역에서 혼행족을 위한 서비스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혼행족을 존중하는 환대문화와 배려의 여행 인프라일 것이다. 최근 유명 관광지를 찾은 한 여행객이 식당에서 1인 식사를 거절당했다며 불편함을 호소한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혼행의 불편함을 상기시키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 혼행족이 이러한 불편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차별과 불평등 요소를 발굴하고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여행업계에서는 1인 여행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개발과 1인도 식사하기 편한 환경을 제공하는 등 혼행족이 물리적 심리적으로 불편함 없는 여행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민간의 변화도 필요하다.
여행방법 변화 맞춰 서비스도 개선돼야
코로나19 3년 동안 여행은 멈춰있었지만 여행 방법은 계속 변화해왔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여행업계의 서비스 개선, 그리고 행정과 정책을 통해 혼자서 여행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3·3·7·7 서울관광 미래비전'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혼자서도 여행하기 좋은 서울이라면 여럿일 때는 더욱 좋은 서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