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물 새로운 흐름
"물관리, 온난화로 인한 사회변화에 맞춰 달라져야"
기후변화 영향으로 유해조류 번성, 새로운 물질 감시 강화 … 강 영양염류 문제 해결 못하면 연근해 적조로
10월 31일 최승일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2021)에 따르면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지난 100년 사이 전세계 물 사용량은 6배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까지 물 수요가 20~30%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2021~2030)'(변경)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1507㎥/년)은 세계 평균의 1/13, 세계 중위 값의 1/3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자원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영향도 커지고 있다. 녹조를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티스(강 호수 연못 등 담수에 사는 남세균 중 하나)는 25∼35℃에서 잘 자란다. 더운 날이 많아질수록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더 활성화된다. 게다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물이나 공기에 늘어나면 성장 속도는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 적응을 위해 물 관리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수질 생태 토지이용 보건 등 연계해 문제 해결 = 생존의 필수 요소인 물은 에너지와 식량생산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상호작용 관계다. 셰일가스 등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물이 필요하듯이 물을 취수하고 정수하는 과정 등에도 에너지가 사용된다.
나아가 물과 에너지는 식량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용수이용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농업용수(63%, 2018년 기준)다. 이어 생활용수 30%, 공업용수 7% 등의 순이다.
이처럼 식량 생산을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물의 양은 상당하지만 역으로 경작 방식 등에 따른 수질 영향도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유해 조류 대발생(harmful algal blooms, HAB)'이 종전보다 자주, 그리고 더 오랫동안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해 조류는 식물플랑크톤으로 출현하는 조류 중 일부 종들이 독성을 가지거나 점액질을 다량으로 분비해 다른 생물들에게 해롭게 작용할 수 있다.
2일 서영우 미국 털리도대학교 교수는 "미국 이리호(Lake Erie) 역시 녹조 문제를 겪어 왔고 2014년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급증해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이슈가 된 적도 있다"며 "이때 우리가 배운 점은 수질 생태 토지이용 보건 등 다각적인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연계해 녹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조류 독성물질을 생물학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 중이다.
이리호는 오대호 인근의 클리브랜드와 버펄로 사이에 있는 호수다. 미국과 캐나다 토론토가 인접해 있다. 1960년대 녹조 퇴치에 성공한 이리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다시 녹조가 심해지고 있다.
서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는 수질 향상을 위해 '에이치투오하이오(H2Ohio)' 이니셔티브를 선보였다"며 "농부들이 상업용 비료와 거름에서 인(P) 유출을 줄여 유해한 조류의 번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돕고 습지를 만들어 자연 여과 과정을 거치게 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질 개선을 위해 함께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치투오하이오 이니셔티브에는 2020~2021년 2년 동안 1억7200만달러가 투자됐다.
최 명예교수는 "체류 시간이 녹조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지만 각종 지천들에서 쏟아내는 많은 유기물들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만약 영양염류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연근해로 흘려보내면 적조가 피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녹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질소 비료와 축산 폐수 같은 영양염류 △유속 △수온 등이다.
◆정수 처리 방법도 중요하지만 원수 관리에 무게중심 =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들이 마시는 물의 안전이다. 우리는 정수장에서 주로 염소로 소독을 한 수돗물을 이용한다. 염소를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부산물 중 몸에 해로울 수 있는 물질을 소독부산물(DPBs)로 부른다. 유리잔류염소(경미한 위장 장애 발생) 총트리할로메탄(염소 소독 시 생성된 화합물 4종, 발암물질) 클로로포름(발암가능성물질) 할로아세틱에시드(돌연변이 원성, 간종양) 등이다.
최근에는 오존을 사용해 정수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브로메이트(브롬산 이온 및 브롬산염, 폐부종 등을 일으킴) 등이 생성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물질이 총트리할로메탄이다. 2019년 인천 서구 일대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총트리할로메탄 논란으로 이어졌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 더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2017년 대한환경공학회 국내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수돗물을 통해 노출되는 소독부산물의 인체위해성 평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의 8개 정수장에서 처리한 수돗물을 통해 노출되는 소독부산물에 의한 신장암 발병률은 1/100만 이하지만 낙동강 수계 특정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소독부산물의 농도가 높게 검출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독부산물의 특징은 염소를 넣는 순간 최대한도로 발현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염소와 접촉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차 농도가 높아지다가 다시 줄어든다. 또한 휘발성이 있으므로 정수장에서 상수도관을 통해 이동하면서 점점 농도가 높아지다가 다시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최 명예교수는 "먹는 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수장은 물론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서도 소독부산물 농도가 기준치 이하여야 한다"며 "가정집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전수 조사를 할 수는 없고 샘플을 잡아 3·6·9·12월 등 분기별로 검사를 하는데 시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총트리할로메탄 등 수온이 높을 때 더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시기에 좀 더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월 31일 맹승규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소독부산물 걱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수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정수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한 게 아닌데 연구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어서 당황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원수 관리는 유속만이 문제가 아니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