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구조 분리발주 강제하는 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정부는 물론 건축 및 건설, 엔지니어링 전문가집단에서 제각기 수많은 해법을 내놓고 있다.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므로 발주 및 설계 감리 시공 등의 제도에 대해 큰 틀에서의 원인분석과 여기에 합당한 분야별 개선방안이 세워져야 한다.
첫번째는 국토부가 발표한 '민간·공공분양 무량판아파트 전수조사'에서 부실시공이 확인된 곳은 모두 LH아파트라는 점에서 관리주체인 발주처의 문제, 특히 전관예우로 인한 발주와 관리의 공정성이 무너져 있었다는 사실이 확연히 밝혀졌다.
두번째는 정부, 특히 허가권자의 책임 있는 검수시스템 부재다. 선진국들의 경우 우리의 감리제도 대신 정부가 현장을 검수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하지 못하면 위탁기관을 통해서 한다. 사업자가 검수기관을 고용하지는 않는다.
세번째는 사고 원인 중 구조계산의 오류와 누락이 가장 많았고, 시공에서의 배근 누락, 도면 누락과 실수 등이 있었다. 뒤이은 발표에서는 콘크리트 강도의 심각한 부족, 레미콘회사의 문제 또는 관급자재 공급시스템 등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음이 드러났다.
공공분양 아파트에 산적한 문제점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건축구조의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는 건축구조기술사회의 주장은 왜 나왔을까? 건축구조기술사의 업무는 법으로 보장받는 상황이고, 설계자가 함께 작업할 구조기술사사무소를 선정해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발주처와의 직접 계약도 현행법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경우를 분리하도록 강제하는 법 개정은 이해할 수가 없다.
건축구조기술사도 설계와 감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축법에서 건축사의 설계와 감리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설계와 감리란 각 분야를 총괄하는 설계를 통칭하는 것이며, 기술사사무소의 분야별 설계와 감리까지 독점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건축사는 건축설계시 구조 토목 전기 기계 소방 등 수많은 기술사의 전문영역과 협업을 하도록 건축법으로도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사가 기술사와 다른 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의 기술사사무소와는 달리 건축법과 건축사법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민생과 관련된 공공적 역할이 강해 관련 법의 내용이 방대하고 종합적 해석이 가능해야 하며,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부합되도록 정부와 지속적인 소통과 교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요성으로 인해 건축사법에서 협회를 법정단체로서 필수적으로 만들도록 하고 있으며, 사무소 개설 건축사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구조기술사는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정기관이 없으므로 통합적 관리와 민원에 대한 독립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구조전문가 양성 방안이 더 시급한 현안
또한 전국의 구조기술사사무소의 수는 680여개로 16800여 건축사사무소와 비교해 4.25%에 불과하다. 협업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고, LH 사고에서처럼 구조계산의 오류와 누락을 검수하지 못하는 현 상태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구조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