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질적 '인재지도 시스템' 구축하자
정부는 국가적으로 중요하면서 급속하게 변화 발전하는 첨단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인력지도를 작성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행 인력지도는 주로 특정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양적 측면의 기본적 인력정보를 담고 있다.
이런 인력지도는 특정 과학기술분야 연구인력에 대한 양적 정보는 제공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더 필요한 질적 정보는 제공하지 못한다.
인력지도는 첨단과학분야 연구인력에 대한 양적 정보 제공에 그쳐
우리에게 더 필요한 질적 정보는 AI와 로봇, 바이오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첨단전략기술 분야들에서 국가적이나 산학연 연구개발 주체들 입장에서 자신들의 연구개발 전략을 짜는 데 필요한 정보, 즉 연구개발 SWOT(강점/약점, 기회요인/위협요인) 분석에 필요한 정보다. 예컨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같은 세계적 AI 선도기업들은 어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 어떤 연구자들이 주도하는지, 우리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위협은 무엇인지 등의 정보다. 그리고 이런 조건들 하에서 우리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극복하면서 기회요인을 극대화하고 위협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지를 수립하고, 그 전략에 따라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첨단전략기술 분야들에서 이러한 SWOT를 충분히 분석하기 위한 질적 정보들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개별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 등 개별 연구개발 주체들의 경우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장단점과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기회요소와 위협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 SWOT분석은 개별 연구개발 주체들이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산학연 연구개발 주체들이 공통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질적인 인재지도'를 작성·제공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특정 첨단전략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재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연구 이력과 경력은 무엇이고, 어떤 임팩트 있는 성과들을 산출했으며 △현재 어떤 연구에 주력하고 있고 △이들간의 연구협력 네트워크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등 세계적 인재들과 그들의 연구동향에 대한 정보가 담겨야 한다.
우리가 '추격자'일 때는 '선도자들'의 길을 역추적하기 때문에 방향과 길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선도자 혹은 선도자와 경쟁하는 단계에서는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방향과 길은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개발 인재들에게 개척하도록 맡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선도기업들이나 대학, 연구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주기적으로 질적 인재지도 정보와 시스템 업그레이드해야
세계적 인재지도를 작성함에 있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인재지도 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적 선도기업들에서 일하고 있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인재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활용 면에서 더 유용할 것이다. 또한 AI와 바이오 분야 등에서는 윤리문제 등 국제적 규제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정책적 규제 방향의 흐름과 이러한 흐름이 상기와 같은 인재들의 연구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며, 이에 따라서 세계적 연구인재들의 연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정보도 담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인재지도의 작성 제공에 그치지 말고 이러한 정보의 유통 확산 활용, 그리고 필요한 개선점과 첨단기술의 빠른 변화의 반영 등 전 과정의 검토 및 피드백 시스템도 마련해 주기적으로 질적 인재지도의 정보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