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검찰, 야당 파상공격에 반발
한동훈, 송영길 비난 … 이원석 "나를 탄핵하라"
김건희 특검 추진 등 대통령 처가 수사는 아킬레스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강한 어조로 비난하는가 하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에 대해 "협박 탄핵"이라며 "나를 탄핵하라"고 강력 반발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맞대응이 더욱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연출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 추진과 수사 검사 사진공개 등 대통령 처가 관련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강공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수사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는 한동훈 장관에게 '어린놈' '건방진 놈' 등 폭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딨나.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사 선배인 사람들을 조롱하고 능멸한다. 물병을 머리에 던져 버리고 싶다"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 같은 사람이 돈봉투 수사나 과거 불법자금 처벌 말고도, 입에 올리기도 추잡한 추문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척하며 국민을 가르치려 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수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의 시민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하며 고압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만들어 왔다"고 반발한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한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집중 포화는 그가 차기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장관은 최근 다음 대통령선거에 나설 후보로 각종 여론조사에 등장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장래 정치 지도자'를 물은 결과에서 한 장관(13%)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2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4%)이나 홍준표 대구시장(4%)을 큰 격차로 누르고 여당 후보 중 1위를 차지한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선 한 장관이 대선 도전의 발판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검찰을 향한 공세도 높이고 있어 검찰의 반발도 강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사실상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동완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가 지난 9월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가 가결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심리를 받는 가운데 지난 9일에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가 철회됐다. 손 차장검사는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고, 이재명 대표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 차장검사는 최근 위장전입, 처가 관련 타인 범죄기록 조회 등 의혹이 제기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9일 퇴근길에 "검찰총장인 저를 탄핵하라.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검찰을 마비시키는 협박 탄핵, 당 대표에 대한 사법 절차를 막으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력 반발했다.
이어 민주당이 12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검사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검찰 압박 강도를 높이자 검찰은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 추진과 대통령 처가 관련 수사에 대한 의혹 제기를 계속이어갈 전망이어서 법무부와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로 김건희 여사를 대한민국의 치외법권으로 만든 주역이 친윤(친윤석열) 사단 김영철 검사"라며 "김영철 부장검사가 이끌었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그동안 검찰인지 변호인인지 헷갈릴 정도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무죄 릴레이'를 펼쳐왔다"고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김 검사의 봐주기 수사의 실체를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여사와 관련한 사건들의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른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2020년 4월 고발장 접수 후 총 6회·5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 5회에 걸친 거래소 심리분석, 약 150명에 이르는 관련자 조사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6명을 구속하는 등 총 16명을 기소했다"며 "재판 진행 상황 등을 참고해 추가 수사를 면밀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를 향한 비판에는 "2011년 저축은행 사건 당시 파이시티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시중·박형준 등에 대한 수사를 비롯해 세월호, 국정농단, 삼성 이재용 회장, 기무사 계엄령, 삼성 바이오 사건 등을 담당하는 등 진영과 상관없이 묵묵히 맡은 바 직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검찰이 민주당 관련 수사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성남시 정자동 호텔 특혜' 사건과 관련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남은 의혹들을 계속 수사하는 한편,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대선개입 여론조작' 등 민주당을 겨냥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돈봉투와 관련해선 송 전 대표와 임종석·허종식 의원, 여론조작과 관련해선 김병욱 의원 등의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