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KF-21 사업타당성 평가 유감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기술적 완성도의 미성숙'과 사업 성공 여부 불확실성을 이유로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인 KF-21의 초도양산 물량을 40대에서 20대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자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KF-21 초도양산 규모가 "그것(KIDA의 사업타당성조사 결과)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 계획대로 양산을 추진하고자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KIDA의 이런 평가와 관련해 방사청 등 관련 기관들이 매우 당혹스러워한다고 한다.
기술 미성숙이나 사업 성공 불확실성을 이유로 초도생산 물량 축소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는 매우 부적절한 이유에 입각한 부적절한 평가로 보인다.
KF-21 전투기 사업은 "2015년까지 국산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2001년 3월 선언으로 검토가 시작되었다. 그후 9년 동안 진행된 7차례의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6차례나 '타당성 없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막대한 투자비 대비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논리였다.
KF-21의 연구개발을 결정한 2015년 당시 박근혜정부는 ASEA 레이더 관련 기술을 포함한 4개 핵심기술을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해결할 계획이었다. 이것이 자국 항공기와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미국의 기술지원 거부로 KF-21은 개발 초기부터 난항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가 이것의 연구개발을 최종 결심했던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국가의 위상 제고, 경제, 과학기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공군 전투기 개발이 갖는 엄청난 의미를 고려한 결과였을 것이다.
부적절한 이유에 근거한 부적절한 평가
세상사는 확실한 일, 불확실한 일, 모험(Risk)이 따르는 일로 크게 구분된다. 지구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을 것임은 확실한 사실이다. 특정 순간에 태어난 특정인이 향후 어느 순간에 죽을 것인지는 불확실한 사실일 것이다.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전투기와 같은 무기체계 획득 사업은 모험이 따르는 일이다. 사업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그 확률이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향후 극복해야 할 난관이 없지 않겠지만 지난 몇년 동안의 노력을 통해 ASEA 레이더 등 논란의 4개 핵심기술 확보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KF-21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박근혜정부가 이것의 개발을 결심한 2015년 당시와 비교해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과 비교해 성공 가능성이 낮았던 시점에 결정된 사항인 40대 초도개발 결심을 거부한 채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지금 이 순간 실패 가능성 운운하며 20대 축소 개발을 주장하는 게 말이 되는가.
일부 언론에서는 KF-21 초도개발 축소 이유가 예산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보도한 바 있다. 사실이라면 이것은 보다 큰 문제일 것이다. 국제 항공기 틈새시장에서의 경쟁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KF-21 사업이 갖는 의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가안보 측면에서 이것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한 1939년 9월 1일 이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사항이지만, 공중우세를 확보하지 못하면 지상 및 해상에서의 우세와 무관하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항공무기 통합·효율적 획득으로 예산확보
미 공군의 저명 역사학자 필립 말링거(Phillip S. Meilinger)는 항공기 독자생산 능력이 없는 국가의 공군은 진정한 의미에서 공군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국가안보 측면에서 공중우세 확보 목적의 공군 전투기의 중요성과 이 같은 전투기 생산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일 것이다. 이 같은 KF-21 전투기 획득 사업보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은 무엇인가?
KF-21 사업의 성공 측면에서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난관이 있다면 이것을 빌미로 사업을 축소할 게 아니라 이것을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보다 많은 예산을 할당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추가 예산은 별도 획득을 추구하고 있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항공무기의 통합적인 획득,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획득을 통해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