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머지않은 고층 목재 빌딩의 시대

2023-11-14 10:48:23 게재
권상현 (주)지이티코퍼레이션 대표

최근에 탄소중립 2050 시대가 선언되면서 건축 부문에서도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준이 강화되고, 제로 에너지 건물의 의무화 등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 중이다. 건축 부문이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목재 사용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건물의 주재료와 부재료로 대부분 쓰이고 있는 콘크리트 금속 플라스틱 및 기타 석유 화학 제품들은 제조, 가공 및 폐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목재는 생장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며, 생산된 목재는 건축용으로 가치 높은 지속 가능한 자재로 사용돼 탄소 고정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인류가 목재를 사용해 집을 지어왔듯이 목재 활용을 통해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까지 국내 목조건축 시장은 저층 건물 위주의 전통 한옥 목조건축이나 일반 주택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목재를 활용한 고층 빌딩 건축 방안은 끊임없이 논의되고 연구되고 있다.

탄소중립시대 부상하는 목재건축 기술

일반적으로 나무는 화재와 물에 취약하다는 편견으로 인해 고층 건물 건축에는 부적합한 재료로 여겨졌다. 이런 오해는 나무가 쉽게 불에 타고, 오랜 시간 동안 물에 노출되면 곰팡이에 감염되고 썩어서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목조건물용 건축재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은 바뀌고 있다. 고층 건축물에 목재가 적합한가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목재로 고층 건물을 지을 때 충분히 튼튼한지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구조용집성판(CLT: Cross Laminated Timber)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CLT는 목재의 섬유 방향을 직각으로 교차시켜 쌓아서 접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건축 재료다. 이 방식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쌓아지는 집성재와 달리 교차해 제작하기 때문에 목재의 뒤틀림과 균열 등을 방지할 수 있으며, 건축자재로서의 구조적인 강도를 향상시킨다. CLT는 건물을 지탱하는데 사용하는 철근 콘크리트 자재와 유사한 강도를 가지고 있어 '목재를 사용한 고층 건물 건설'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기술로도 불린다. 목재를 활용한 건축물은 건물 내부 습도를 조절하는 데 철근 콘크리트 구조보다 훨씬 더 우수하며, 여러 층으로 제작돼 단열에도 효과적이다.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준이 강화되는 현재 주목받을 만한 장점이다. 설비 측면에서 봐도 CLT 목재는 많은 장점이 있다. 목재는 건축자재로서 타 재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소재로 기초 공사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공장에서 제작된 판넬을 현장에서 붙이는 작업만 하므로 공사기간도 줄일 수 있다. 현장에서 필요한 자재를 운반하거나 들어올리기 위한 설비를 타 건축자재보다 작은 규모로 운용할 수 있다. 이는 건축 부지 주변에 기존 건물로 인해 접근하기 어려운 공사를 가능케 하므로 토지 사용 효율성을 높인다.

지속가능한 건축의 새로운 지평 열어

목재 건축은 우리가 환경적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하며 우리 미래 건축을 대표하게 될 것이다. CLT 기술 발전과 보급은 지속 가능한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우리가 탄소중립 사회를 향한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